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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7.11 10:37
금주의 순우리말(41)-가말다
/최상윤
1.코숭이 : 산줄기의 불쑥 나온 끝자리. ‘산코숭이’의 준말.
2.태주 : 마마를 앓다가 죽은 어린 계집아이의 귀신. 같-태자귀(太子鬼).
3.판주다 : 그 판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하여 내세우다.
4.한가 : 하소연. 또는 원통한 생각.
5.가마리* : ①무엇을 만드는데 바탕이 되는 재료. 비-감. ②늘 욕먹거나 매 맞거나 걱정거리 가 되는 사람을 나타내는 뒷가지. 보기-웃음가마리, 맷가마리.
6.가마소 : 강이나 내의 물이 소용돌이치며 지나가는 깊은 곳. ‘가마(큰)+소(웅덩이)’의 짜임새.
7.가말다 : 일을 맡아 처리하다.
8.나뱃뱃하다 : 작은 얼굴이 나부죽하고 덕이 있어 보이다.
9.다불다불 : 어린애의 머리털이 늘어진 모양.
10.마새 : 말썽.
11.군눈(을)뜨다* : 외도에 눈을 뜨다.
◇팔질에 들어 내가 걸어온 뒷 그림자를 되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중학생은 물론 초등교 시절 우리들은 대개 까까머리를 하고 돌아다녔는데 동무 중 한 명은 ‘다불다불’하지만 단정한 머리에 ‘나뱃뱃하고’ 해사한 얼굴을 한 부잣집 아들 ◯◯이 있었다.
그는 우리들과 한참 어울려 놀다가도 공부하러 간다고 끌려가듯 사라지곤 했다. 지금에사 생각해보니 아마 가정교사(그때는 가정교사라는 용어도 일반화되지 않았음)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를 편가르기 놀이에서는 늘 제외(시세 말로 왕따)시키고 우리만 놀았다. 깽깽이, 새총싸움, 기마전, 말타기, 그러다가 다망구 놀이 때는 도망가고 잡으러 가면서 남의 채소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는 다반사고, 허방(움푹 팬 땅)을 만들어 인분을 넣고 겉면에는 흙을 덮어 행인이 한 발 헛짚어 당황하는 모습을 숨어서 즐겨 구경하는 허방놀이 등 어쩌면 천진난만했던 유소년 우리들은 ‘마새’ ‘가마리’가 아니었을까.
가운(家運)이 기울 대로 기운 고교시절에 와서 나는 늦게나마 시근머리가 터이었다. 놀다가 공부하러 간 죽마고우 ◯◯동무가 부러웠고, 책보따리 팽개쳐 놓고 놀기 바빴던 그때를 후회하며 ‘한가’를 갖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열심히 삶을 살아가기로 작정했다. 그 결과 부산예술계에서 ‘가말은’ 놈이라 ‘판주어’ 말년에는 한 번도 어렵다는 좌장 노릇을 당당하게 세 번이나 연임하고 물러난 것이 한 톨의 결과물이 될는지....
오랜 세월 동안 강물이 ‘코숭이’ 밑을 돌아 ‘가마소’를 만들어 내었듯이 굴곡 많았던 내 인생의 ‘가마소’를 응시하면서 나도 이제 한가롭고 여유로운 나머지 삶을 희원하는 것도 하나의 욕심일까.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