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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7.10 10:40
오빠의 편의점
/한상준 소설가

싱싱한 유기농 야채 등 먹거리를 주문한 시간대에 받는 건 채식을 위주로 식단을 짜 먹는 상희에겐 고마운 배송 서비스다. 오늘은 아침 6시 10분에 받았다. 아침 식사를 거른 지 꽤 됐으나 때때로 먹고 싶거나 영양 섭취를 위해 필요를 느낄 적이 없지 않다. 아보카도 드레싱과 렌틸콩 루꼴라 샐러드에 필요한 루꼴라, 구운 호도, 레몬 3개, 호주산 누디에 코코넛 요거트 500ml를 어젯밤 10시경에 주문했었다.
숙소 인근에 편의점이 두 곳이나 있다. 하지만 수입 맥주를 차게 냉큼 마시려는 때 빼곤 이용하지 않았다. 매대에서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아 들고 오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고양이 살림이며 화장지, 건전지, 세제까지 주문해서 썼다.
상희는 데이터와 AI(인공지능) 연계 프로그램 개발을 주종으로 하는 IT 업체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7년째 일하는 중견급 사원이다. 회사는 선두 그룹에 속하지만 후발주자였다. 대표의 카리스마적 경영 마인드가 일으킨 이례적인 경우라고 업계에선 인정한다. P백화점 체인 입찰 건 수주는 지금도 거의 신화로 회자되고 있다. 회사가 선두 업체로 진입하게 된 모멘텀이었다.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처럼 이 업종에 뛰어든 P백화점 체인 입찰 건은 두 업체를 능가하는 배송 프로그램을 최단기간에 납품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물류업체의 최대 난제인 ‘재고 보충’과 ‘빠른 배송’을 위해선 데이터와 AI의 융합 작업을 통한 현장 적응 프로그램을 최적화해야 했다. 경쟁사는 모두 선발업체였다. 대표는 기어이 따냈고, 핵심부서의 달포 합숙을 통해 납품했다. P백화점 체인은 물류업계 선두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상희는 자신의 회사가 납품한 프로그램에 의해 물품 배송을 받으면서도 물류 기업의 혁신적 판매 전략과 환경 적응력에 감탄한다. 딴은, 물류업계만이 아니다. 모든 플랫폼의 진화는 IT 업종이 연동되어 견인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입사 초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과제의 분석과 융합, 적용을 위한 합숙 토론이 일상이었다. 이 바닥의 통상적인 업무 형태가 아닌 혹독한 통제와 요구를 견디고 살아남은 몇몇 잔류파에 속한 상희 역시 핵심 부서장으로 승진했다.
아침 식사를 거르다가도 해먹을 요량하면 서두르게 된다. 레시피대로 잘 안될 때가 있다. 올리브 오일은 있는데 아몬드 크림도 캐슈 크림도 바닥난 걸 몰랐다. 대용마저 없으니 그냥 믹싱한다. 요즘 들어 야근하거나 새벽까지 작업하면 몸과 맘의 평형을 잃곤 해서, 신선한 고영양의 아보카도 드레싱과 렌틸콩으로 보양한다. 루꼴라와 구운 호두, 코코넛 요거트 맛도 상큼하다. 상희는 캐슈 크림이 주는 고소함을 못내 아쉬워한다.
출근길로 나선다. 문자음이 몇 차례 울렸다. 상희는 정체가 심한 지역을 통과하면서 거치대에 놓인 핸드폰을 본다. 엄마가 보낸 문자다. 엄마는 지방 소도시에서 오빠네와 살고 있다.
-니오빠가점포
-를내놨다맨날
-폭음이다.
실패를 거듭하던 오빠가 편의점을 연 건 5년 전이다.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는 갈수록 더 세지고 있으니 그만하면 오래 버틴 셈이다. 정체 구간이 끝났다. 상희는 엄마를 위로해 줄만한 선물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는다. 쿠팡이 나을까, 마켓컬리가 좋을까, P백화점 체인을 이용할까?
우산 장수 딸과 소금 장수 아들을 둔 엄마다.<순천광장신문 게재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