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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금주의 순우리말>149-날캉하다

작성일 : 2025.01.27 11:58

 

<금주의 순우리말>149-날캉하다

/최상윤

 

 

1.강동거리다 : 조금 짧은 다리로 계속해서 가볍게 뛰다. 침착하지 못하고 채신없이 경솔하게 행동하다. -강동강동하다. ~대다.

2.강동하다 : 아랫도리가 너무 드러날 정도로, 입은 옷이 짧다. < 깡동하다.

3.강모 : 가물 때 마른 논에 억지로 호미나 꼬챙이로 땅을 파면서 심은 모. -호미모, 꼬창모.

4.날캉하다 : 몹시 물러서 늘어져 처지게 되다. < 늘컹하다. -날큰하다. ~거리다. ~대다.

5.대모테 : 대모갑(열대지방의 바다에 사는 거북 종류의 하나로 등과 배를 싸고 있는 껍데기)으로 만든 안경테.

6.대모한 : 대체의 줄거리가 되는 중요한.

7.말마투리* : 말을 다하지 않고 남긴 여운.

8.받침두리 : 옷장 같은 것의 밑에 받침처럼 덧대어 괴게 된 나무.

9.살깊이* : 마음속 깊이 사무치도록. 또는 독하고 모질게도 깊이. ‘은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친다는 독하고 모진 기운을 뜻한다.

10.알탕갈탕 : 힘에 부치는 일을 하느라고 몹시 애를 쓰는 모양. -애면글면.

11.잠차지다* : 열중하다.

12.초련 : 풋바심 곡식이나 일찍 익는 곡식으로 가을걷이 때까지 대어 먹는 일.

13.툭사리()차다* : 망하여 빌어먹다.

14.풀땜질*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임시로 수습해 넘어가는 것. -미봉책.

15.해웃값 : 기생, 창기 등의 노는계집을 상관하고 주는 돈. -꽃값, 화대, 해웃돈.

 

 

내일은 설날이다.

형제자매가 모처럼 만나 이야기의 꽃을 피우는 날이다,

 

<둔석>은 여덟 남매 중 다섯 번째이다. <둔석> 위 두 명의 형님과 두 명의 누님은 부모 밑에서 호의호식하며 성장하여 교육도 정상적으로 받았고 출가도 하였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에서는 불귀객인 두 명의 형님과 병석에 누워있는 두 명의 망백 누님 이야기는 논외로 하고 대모한것은 <둔석>을 비롯한 세 여동생의 지나온 이야기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친께서 갑자기 소천하신 이후부터 가세가 급락하여 홀로된 어머님은 끝내 강모보다 더 힘든 고물상에 취업하게 되었다. 드디어 나는 고교를 휴학하고 첫째 여동생은 남의 집 아이보기로 떠났고, 둘째 여동생은 초등교 졸업과 동시에 여공으로, 막내 여동생은 밥그릇 하나 덜기 위해 천안의 큰형님 댁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살아남기 위한 강동거림이었고 결국 툭사리를 찬꼴이었다.

 

남은 가족은 고물상에 풀땜질로 취업한 어머님과 공장 여공인 둘째 여동생 그리고 사지가 멀쩡한 나였다. 사실 이때 나도 어머님 대신 노동판에라도 나가서 알탕갈탕잡일이라도 시도했지만 어머님과 합세한 둘째 여동생이 한사코 말렸다. <오빠는 우리 집안의 기둥이니까(실은 큰형과 작은형은 두 사촌 집에 양자로 각각 입양되었음) 검정고시라도 쳐서 대학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끼 밥은 우리가 책임진다면서.

 

이때부터 나는 살깊이독학에만 잠차졌다’. 그 결과 3년 뒤 <둔석>은 천우신조인 듯 입학생 전원이 관비생인 신설 교육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공짜 공부에 점심값마저 나왔으니 <둔석>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교대생이라는 연유로 과외 알바 규모는 점점 넓어져 생계는 물론 적금까지 하게 되었다. 집 떠나 있었던 첫째, 셋째 두 여동생을 불러 들였다. 적금을 풀어 첫째, 둘째 여동생은 만학이었지만 야간 여상에 어렵게 입학시켰고, 막내 여동생은 때마침 신설된 방송통신대학에 입학시켰다. 여군에 자원입대하기 위해 열차에 탄 녀석을 강제로 끌어내려서.

 

이들이 졸업을 하고 취업도 했다. 제법 숙녀 티를 내면서 그 당시 유행했던 강동한미니 스커트도 입었다. 타이피스트, 교사였던 그들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오빠 눈을 속여 가며.

 

세월이 흘러 그들이 아이 엄마가 되었다. 명절에 한번 씩 만날 때는 저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빠 아니었으면 어찌 이런 남편을 만났겠느냐?>

 

내일이면 설날이다.

지금은 미국, 서울, 부산에 각각 흩어져 살면서 비록 할매가 된 여동생들이지만 중년 때까지 했던 말마투리를 기억이나 할는지....

 

이제 <둔석>도 팔질(八耋) 중반의 날캉한할배가 되었으니 한번쯤 대모테안경을 끼고 멋을 부려 볼까나.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