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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고수 /조성래

작성일 : 2022.05.24 07:18 수정일 : 2022.05.24 07:30

고수高手

조성래

 

오랜 수행자 모습 저러할까

선암사 뒷길 늙은 매화 한 그루

몸에 붙은 살은 모두 허공에 주어 버리고

육탈한 뼈만 남아 봄맞이 나왔다

구부정한 허리에 붕대 친친 감고

아이고 허리야, 금방 비명이라도 지를 자세로 그러나

꼬장꼬장한 한 소식 보여주겠다는 듯

정수리에 꽃송이 몇 개 고졸하게 달았다

평생 고행 끝에 아랫도리는 사원처럼 낡고

앙상한 가랑이 사이로 구멍 뻥 뚫려

지상 가까운 부분은 시간마저 삭았지만

텅 빈 그 안으로 바람이랑 햇볕 드나들듯

내면은 한없이 헐겁고 자유롭다

비쩍 마른 똥막대기 하나로도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생의 마지막 절묘한 한 수

씩 웃으며 보여주는 저 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