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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천제단 1

작성일 : 2025.01.22 12:14 작성자 : 김하기

태백산 천제단 1

 

환웅천왕 둘러보니 밝은태백 신단수라

신시도읍 터를잡아 풍백우운 대동하고

삼천관리 조아리니 사람들이 모여들고

단군왕검 굽어살펴 홍익인간 재세이화

인간만물 접화군생 천년만년 살고지고 <신종석>

 

해가 바뀌고 677년 문무대왕 17, 시월 상달 초사흘(103).

유유히 흘러가는 흰 뭉게구름을 타고, 그 옛날 기원전 2457(上元 甲子) 4482년 전처럼 환인 천제의 서자 환웅이 풍백 우사 운사 삼신과 삼천관리를 거느리고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만 같은 태백의 하늘이었다. 하늘 아래 제일 높고 밝은 태백산의 가을 하늘은 높고 청명했다.

하늘과 만날 수 있다는 제일 높은 신라의 영산, 오악 중 북악 태백산은 며칠 전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기원전 57년 박혁거세 거서간 때부터 서라벌 계림에서 지내던 제천의식은, 139년 신라 7대 임금인 일성왕 때부터 태백산에서 천제단을 쌓고 임금이 직접 하늘에 제사를 올렸으나 한동안 삼한전쟁과 나당전쟁으로 백성들 사이에 겨우 명맥만 유지해 왔다.

백여 년의 긴 삼한전쟁과 당나라와의 7년 전쟁, 당나라군 주둔 17년으로 한반도 백성의 심신은 많이 피폐해졌지만, 한마음 일심으로 마음을 모아 강대국 당나라를 이 땅에서 완전히 쫓아냈다는 신라 백성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올해는 민족의 영산 태백산에 다시 모여 제사를 지내고 단군왕검 이후 삼한일통이 된 것을 자축하는 뜻도 있지만, 천제의 자손들이 하늘에 고해 국태민안과 풍년, 모두의 복을 비는 경사스럽고 즐거운 한바탕 놀이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다시 삼한일통이 된 삼한 백성 자신은 하늘의 자식인 천손이라는 자랑스러운 의식이 가슴속에 면면히 이어져 왔던 것이다.

백두대간 13정맥을 타고 며칠 전부터 각 마을 제관은 목욕재계하고 제물을 준비하여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한동안 긴 전쟁으로 나라가 어수선해 겨우 명맥만 유지했는데, 다시 삼한일통을 주도하신 문무대왕이 직접 하늘에 제사를 올린다는 말에 너도나도 앞다투어 만사 제쳐두고 길을 나섰다. 사람들의 길은 한 길이었다. 마을 뒷산을 따라 정맥을 타고 올라서면 전국 어디서라도 백두대간으로 연결되고 제일 높은 곳으로 향하여, 걷다 보면 눈 감고 걸어도 태백산 천제단으로 모이게 되어 있었다. 북쪽 예맥 사람들은 원래 응심산(백두산)에 천제단을 쌓고 700년간 하늘에 제사를 지냈으나 고구려 보장왕이 당나라에 항복하고 더 이상 임금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지 못하자 이제 백두대간을 타고 남으로 내려와 태백산으로 왔다.

남쪽 황산강(낙동강) 다대포에서 낙동정맥을 타고 온 사람도 있었고 아진포에서 조상 대대로 임금에게 어물을 잡아 바치던 어부도 있었다. 한남정맥 한강 유역에서 백과를 거두어 온 아낙네도 있었고 호남정맥을 타고 무등산 아래서 갓 수확한 햅쌀을 지고 온 사람도 있었다. 북쪽 가섭원迦葉原에서 무거운 소금 가마니를 지고 손자의 손을 잡고 온 할아버지는 한 해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자신도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릴 때부터 시월 상달 초사흘이면 천제단에 왔기 때문이었다. 모두 백두대간 13 정맥 고을마다 최고의 특산품을 이고 지고 왔다.

오전부터 도착하는 순서대로 질서정연하게 흰옷을 입은 제관들이 제물을 받아 천제단 위에 높이 쌓기 시작했다. 천제단은 아홉 단으로 쌓아져 있었다. 천제단의 바깥쪽은 둥근 원형이고 제단은 네모난 돌을 쌓아 하늘과 땅 중앙에 사람이 선 천지인을 상징하는 천제단 내부에는 하늘의 해· · 북두칠성을 그린 깃발이 펄럭였다. 해가 뜨는 동쪽에 삼족오가 그려져 있었고 달이 뜨는 서쪽에는 옥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북두칠성은 각 절기의 기준 별자리라고 여겨 제단 북쪽에서 펄럭였다. 천제단이 중앙이며, 외곽 주변으로 우주를 상징하는 33천기와 28수기를 꽂아 바람에 더욱 힘차게 휘날렸다. 제단 내에서 휘날리는 깃발은 황색 테두리, 동쪽 삼족오 깃발은 청색, 서쪽에서 휘날리는 옥토끼 깃발은 하얀색, 남쪽에 배치한 깃발은 빨간색, 북쪽에서 휘날리는 깃발은 흑색 테두리로 되어 멀리서 봐도 다섯 가지 오방색이 아름답게 잘 어울려 힘차게 펄럭였다.

둥근 천제단 주위엔 제천의식에 참석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새벽부터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밀치며 가까운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이들은 어른의 목에 올라타 목말을 했고, 아예 멀리 떨어진 산마루 부소봉· 수리봉· 문수봉· 함백산까지 천제단이 보이는 백두대간 마루금따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몰려던 인파로 놀란 까마귀들만 가끔 하늘을 날며 자기 땅이라고 까악 까악 소리를 질렀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악사들이 풍악을 울렸고, 초의를 입은 제관이 먼저 소리쳤다.

아서라, 물렀거라!“

사람들이 일제히 길을 비겨주자, 곤룡포에 금관을 쓴 문무대왕이 근엄하게 천제단 앞으로 다가왔다. 웅성거리며 소란스럽던 사람들은 순간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일제히 머리를 숙여 문무대왕에게 예를 다했다. 문무대왕이 천제단 앞에서 정중하게 읍을 하자, 제관은 목청을 높였다.

번시례

초의를 입은 제관이 쑥 다발을 불에 태워 연기를 내며 천제단을 한 바퀴 돌았다. 잡귀를 쫓고 부정을 막기 위해서다.

강신례

문무대왕과 백관들이 무릎을 꿇자, 태백산에 모인 사람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목청을 가다듬은 제관은 소리높여 하늘에 고했다.

 

마고할미 하늘열자 궁희소희 태어나고

황궁께서 산을주고 청궁께서 물을주니

한삽뜨니 백두이요 두삽뜨니 지리이라

동해보자 높게하고 서해가자 낮게하여

백두에서 지리까지 열네가지 흘러뻗어

산줄기는 물가르고 물은산을 넘지않아

정맥마다 금수강산 한반도를 만들었네

환웅천왕 둘러보니 밝은태백 신단수라

신시도읍 터를잡아 풍백우운 대동하고

삼천관리 조아리니 사람들이 모여들고

단군왕검 굽어살펴 홍익인간 재세이화

인간만물 접화군생 천년만년 살고지고 <신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