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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1.20 12:15
<금주의 순우리말>148-알천
/최상윤
1.강다짐 : □국이나 물에 말지 않고 맨밥으로 먹음. 같-강밥. □보수도 주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남을 부림. □덮어놓고 억누르고 꾸짖음.
2.강담 : 흙을 쓰지 않고 돌로 쌓은 담.
3.강대나무 : 선 채로 껍질이 벗겨져 말라죽은 나무. 같-고사목.
4.날치꾼 : 날아가는 새를 쏘아 잡는 재주가 있는 사냥꾼.
5.대마루판 : 일이 결판나거나 결정되는 중요한 판.
6.대매 : □두 편이 같은 끗수일 때 마지막으로 이기고 짐을 결정하는 일. □단한번에 모질게 때리는 매.
7.말림갓 : 나무나 풀을 함부로 베지 못하게 말리어 가꾸는 땅이나 산. ‘나무갓’과 ‘풀갓’이 있음. 준-말림.
8.받자하다 : 남의 청탁이나 괴롭힘 따위를 잘 받아주다.
9.살기다툼 : 생존경쟁.
10.알천 : □재산 가운데 가장 값진 것.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것. ‘알 +천’의 짜임새. ‘알’은 핵심의 뜻. ‘천’은 ‘전(錢)’의 변음으로 재산 또는 재산이 될 만한 물건.
11.잠지 : ‘남자 아이의 성기’를 귀엽게 일컫는 말.
12.초라니 : ‘행동거지가 경망스럽고 가벼운 사람’을 비유하는 말. 원래는 잡귀를 좇는 무속 의식에서 붉은 저고리에 푸른 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긴 대의 깃발을 흔드는 나자(儺者). 또는 하회별신굿에서 등장하는 하인을 말한다.
13.툭사리* : <방>뚝배기.
14.풀등 : 강이나 냇물 가운데 모래가 모여 쌓이고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 평소에는 풀이 자라지만 물이 불면 잠긴다.
15.해오라기 : 해오라기 과에 딸린 철새의 하나. 준-해오리. 같-백로(白鷺).
◇<둔석>이가 달세집과 전세살이를 끝내고 인생처음으로 내 집이요, 내 유일한 ‘알천’인 다대포 아파트에 식솔을 거느리고 안착한 것이 25년 전이었다.
동해 일출의 장엄함과 남쪽 바다의 반짝이는 윤슬과 서쪽의ㅣ 낙동강 하구의 뢍금빛 저녁놀과 ‘풀등’, 게다가 ‘해오라기’가 협연하는 자연의 대합창이 전개되는 다대포의 자연 공연장인 모래사장.
그런데 <둔석>이가 이곳으로 이주한 3년 뒤, 이런 자연의 대공연장 모래사장에 이곳 지역구 모 국개의원이 사익을 위해 투견장(鬪犬場), 풀장, 어린이 놀이터 등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자연 경관 파괴에 지역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양쪽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을 ‘대매’에 <다대포 매립반대 주민 공동대책위원회>와 <부산환경연합회>의 지원으로 ‘대마루판’이 이루어졌다. 국개의원의 사업 철회로.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사하구청의 지원으로 지금의 <다대포 해변공원>이 조성되었다. ‘강담’으로 쌓아 만든 인공 갯도랑을 따라 산책로 양쪽에 ‘말림갓’에 ‘강대나무’ 한 그루도 없는 ‘나무갓’과 잔디밭의 ‘풀갓’이 공원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축구장, 농구장도 그 몫을 다하지만 특히 갈대밭 위의 널판길도 운치가 있다. 그리고 여름에는 어린아이들이 ‘잠지’를 내어놓고 물놀이하는 모습에서 내 유소년 시절을 회억해 보기도 한다.
또한 요즈음 맨발 걷기 운동이 다대포 해변에서 대성행하고 있다. 젊은이들이야 당연하지만 모처럼 해변에 나온 중년 부부가 젊은 시절을 상기하며 술래잡기하듯 이리저리 뛰어가는 모습에서 ‘초라니’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다정한 모습이 <둔석>은 부러웠다.
뭐니뭐니해도 다대포 해변공원의 첫째 자랑거리는 <다대포 해변 분수>가 아닐까 한다.
역대 구청장도 그랬지만 현재 구청장의 열정적이 관심이 더욱 돋보인다.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음악과 네온불빛을 등에 업고 호화찬란한 분수 쇼가 시작된다.
분수의 다양한 모양과 뿜어내는 속도와 수량(水量)에 따라 멜로디 음악 또는 리듬 음악이 호응하고 네온의 화려한 불빛도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가곡이, 대중음악이, 고전음악이, 록이 흘러나올 때 그때마다 <둔석>의 추억도 오르내린다.
보릿고개와 6‧25 동란에 ‘강다짐’으로 버티어냈던 내 유소년 시절, ‘툭사리’ 된장국으로 ‘살기다툼’을 이겨낸 내 중년시절, 그리고 <둔석> 말년에 오늘 이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아름다운 다대포 해변공원을 홀로 내려다보고 있다.
인생 말년까지 살아오면서 <둔석>이가 가장 잘한 선택은 아마 이 집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