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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5.10 09:19
금주의 순우리말(32)-자드락나다
/최상윤
1.아옹하다 : ①굴이나 구멍 속이 비어 침침하다. 쏙 오무라져 들어가 있다. ②속이 좁은 사람 이 뜻에 덜 찬 모양이 있다.
2.자드락나다 : 감추던 일이 터져나다. 센-짜드락나다.
3.참당나귀 : 참참이 꾀를 부리며 가지 않는 당나귀. 또는 ‘일을 하다가 때때로 꾀를 부리는 사람’의 비유.
4.탕개(가)풀리다* : 긴장이나 죄어진 마음 따위가 풀리다. 또는, 일이 어긋나서 허전해지고 맥이 빠지다.
5.판몰이 : 노름판의 돈을 한 사람이 전부 몰아 가짐.
6.하분하분 : 물기가 있고 매우 연하게 무른 모양. <허분허분.
7.가루택이 : 긴 나뭇가지를 휘어 말뚝에 걸치고 그 끝에 낫이나 칼 또는 창날을 매어 지나가 던 짐승이 건드리면 큰 상처를 입히어 잡게 만든 덫.
8.가르친사위 :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의 별명. 같-길러낸 사위.
9.나부랑납작하다 :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게 퍼진 듯이 납작하다.
10.다박나룻 : 다보록하게 함부로 난 수염. 같-다박수염.
11.고추박이 : 예전에, 신분이 낮고 천한 여자의 남편을 낮잡아 이르던 말.
◇지금부터 40여 년 전, 우리들의 불혹(不惑)의 시절에 고·스톱이 대유행을 했다. 일석(一石)선생님의 수필에 <학자들이 시간이 아까워서 잡기나 바둑을 어떻게 둘 수 있나?>라고 힐책했지만 우리들은 한 달에 한두 번 토요일 오후에는 고·스톱 모임 연락을 은연중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우리들에게는 몇 가지 은어(隱語)가 있었다. 고·스톱 모임을 <행지회(行止會) 개교(開校)>, 고·스톱 놀이를 <공부>, 참가자를 <학생>, 주최자를 <학교장> 등등. 그래서 <오늘 00시, 000 교장의 행지회 개교를 통보하니 학생들은 빠짐없이 출석 바람>이란 전화 한 통에 저녁의 교실 분위기는 항상 활기가 넘쳤다.
우리들은 수업 시작 전 학칙을 일깨운다. <피박 있고, 스리 고 있고.....기 채우기 있고, 안된다고 앓기 있고, 속이기 있고, 단, 폭력만 없다>라고.
이 학칙에 따라 일진이 사나워서 안된다고 끙끙 앓는 학생에게 <IQ하고 고·스톱은 상관관계가 있다 하든가?>라고 기를 채우면서 함께 박장대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래도 <단 폭력은 없다>라는 이 학칙 때문에 쥐어박지도 못하고 홀로 ‘아웅할’수밖에.
한편, 한 학생이 ‘참당나귀’ 짓을 하다 ‘자드락나면’ 시침 뚝 떼는 학생에게 모두들 종주먹을 휘둘 듯 덤비는 몸짓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어느덧 갓밝이쯤 되면 승부가 끝나 어느 한 학생이 ‘판몰이’를 하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은 초저녁의 기고만장했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가고 ‘나부랑납작’해지든가 ‘탕개가 풀린’ 모습들이 여느 큰 ‘다박나룻’의 도박꾼 양태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다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면면에 학생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학교를 파했다.
이제 팔질(八耋)에 들어서서 회억해보니 그때 그 학생들은 체력이 떨어져 장시간 앉아 있을 수도 없게 되고, 심지어 먼저 간 학생마저 있고 보니 남은 것은 오로지 질량 고운 추억 하나 있을 뿐.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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