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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5.09 11:01
잠은 국가경쟁력
/윤일현
잠은 몸과 마음, 일과 학업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4당 5락', 지금 50대 전후 세대가 학창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로부터 많이 듣던 말이다. 4시간 자면 대학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불합격한다는 말이다. 나는 교직 생활 첫해부터 이 말이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잠을 적게 자는 학생이 줄지 않아 "최상위권 명문대를 가고 싶으면 6시간 이상 자고 하위권 대학에 가고 싶으면 밤새 자지 말라"라는 자극적인 말로 '푹,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득하려고 했다. 고3 수험생도 최소 6시간 이상 자야 한다. 수면의 양뿐만 아니라 취침 시간도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면 11시, 늦어도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밤 10시에서 새벽 3시 사이에 몸을 재정비하는 좋은 호르몬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BBC가 '잠 못 이루는 한국의 밤'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한국이 경험한 압축적 고도 경제성장을 수면장애의 근본 원인으로 제시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한국인은 잠이 부족하게 됐다고 BBC는 설명했다. 이 방송은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수면제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수면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2019년 기준으로 그 시장 규모가 무려 25억달러(약 3조4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수면장애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사회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명상이나 짧은 휴식 같은 것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고, 사회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면의 양과 취침 시간은 학습의 효율성과 시험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새벽 2시 전후에 잠자리에 드는 학생이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국어 성적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했다. 저녁 자습 시간에 혼자 풀면 거의 다 맞는데 정식으로 시험을 치면 점수가 안 나온다고 했다. 새벽 2시에 자면 오전 11시쯤 돼야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국어 시험은 8시40분에 시작되니 이 학생은 맑은 정신으로 시험을 칠 수 없었던 것이다. 야행성 습관을 고치고 시험 전날은 반드시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어 6시간 이상 자라고 권했다. 취침 시간을 바꾸고 숙면을 취하자 국어 성적이 바로 올라갔다.
학생이 늦게 자면 부모님도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수면 부족은 학생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키고 삶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잠이 부족한 부모님도 낮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어 일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에 수면 상담실을 열고 전문가와 연계하여 수면장애 치료와 수면 습관에 관한 지도를 해주어야 한다. 부모·자녀의 건강과 행복, 일과 공부의 생산성을 위해 '잠 잘 자기 범국민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