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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전야(暴動前夜) /신평

작성일 : 2024.12.30 01:56

폭동전야(暴動前夜)

/신평

 

 

아직은 아무 일 없다. 그러나 불길하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기 전의 폭풍전야가 안기는 으스스함이 감돈다.

12.3 계엄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으나, 그 기본은 대체적으로 질서 있고 절제력을 갖춘 힘의 행사였지 내란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폭동이 의미하는, ‘무질서하게 행해지는 고강도의 폭력행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민주화를 조기 달성하였다고는 하나 그 축약된 발전 과정에서 모순된 대립이 낳는 응력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채 지나왔다. 축적된 응력은 이제 충분한 힘이 되어 거대한 지진을 촉발할 단계에 이르렀다. 아마 이번 힘의 대폭발은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분노한 군중들에 의해 일어날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국무총리 탄핵과 동일시, 150석으로 충분하다고 무리하게 해석하여 의결시킨 것은 대폭발을 일으키는 방아쇠의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야당이 12.3 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프레임을 계속 무리하게 밀어붙여 보수를 궤멸의 장으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고, 이에 따라 다른 방아쇠가 계속 당겨진다. 폭동의 형태에 의한 진정한 내란의 발발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본다. 과연 내란의 책임은 어느 쪽에서 져야 하는가?

유혈사태가 일어나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극도의 긴장과 상대방을 향한 적개심이 현재 한국을 뒤덮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의 탄핵정국 때와는 달리 지금 보수세력은 결집하여 진보세력과 팽팽하게 맞서는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살짝 불만 갖다 대면 폭발한다. 그 폭발은 지금까지 축적된 응력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그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피해는 국민 전체가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비극 그 자체이다.

시골에서 책이나 읽고 지내는 고독한 몽상가에 지나지 않으나,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헌법학자로서 우리 앞에 바로 닥친 커다란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1. 신속히 여야비상협의체를 구성하되 구성원 수는 동수로 하고, 의장은 국회의장 혹은 야권 인사가 맡도록 하며, 이 기구의 숙의에 의하여 국정의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2.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취하한다.

3. 직무에 복귀한 대통령은 즉각 거국내각을 구성하되 여야 동수의 원칙으로 각료를 인선하고, 여야 협의를 거쳐 새로운 국무총리를 임명한다.

4. 대통령은 신속히 정부 주도로, 낡은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국가적 과제인 개헌을 추진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개헌의 완료 시점을 1년 내로 단축하기 위해 정부형태는 대통령 4년 중임으로 미리 못 박고(그렇지 않으면 제자리를 맴돌며 결론을 내리기 어려움), 시대의 변화에 따르는 대내적, 대외적 기본권조항의 확충을 포함시킨다.

5.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여, 개헌안의 국민투표와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같은 날 치른다.

시골의 필부이자 몽상가에 지나지 않는 내 제안이 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야권은 이미 넘어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내란사태에 의한 폭력적 현상변경도 기꺼이 용인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성립되는 정부는 결코 국제사회의 신인(信認)을 받기 어려울 것이고, 막대한 국익의 손실을 야기한다. 한 마디로 소탐대실(小貪大失)에 그칠 것이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이 역사적 고비에서 다시 한번 지혜를 발휘하여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미한 희망을 쳐다본다. 그러기 위해 우선 여야 간에 상식과 균형된 감각을 갖춘 정치인들의 선도(先導)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