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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문학의 어제와 오늘 <부문 2-2> 강언관 시인의 노년에서의 시 쓰기

작성일 : 2024.12.23 12:47

<부문 2-2>

강언관 시인의 노년에서의 시 쓰기

- 강언관 시집 나는 실버 통역사의 시세계

 

(1)

 

강언관 시인은 그의 약력에서 70세에 시단에 데뷔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달리 말하면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시단에 등장한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나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그러 하지만 특히 문단의 경우 등단 햇수를 따져 시인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시인은 당당하게 늦게 데뷔한 것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종의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그의 육체적인 나이나 정신적 나이가 젊고 건강하다는 데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강 시인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그의 용모나 발걸음 그리고, 음성 등이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이렇게 육체적인 젊음에다 그의 삶의 자세 즉, 노년을 보람 있게 보내자는 생활철학을 가졌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2)

 

강언관 시인은 노년을 정신적으로도 보람 있고 젊게 보내는 하나의 방법으로 시작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그의 시에서는 비유나 상징과 같은 시적 기법을 발견하기보다 그의 일상과 사물에 대한 느낌을 직설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시작 태도는 창작된 시들이 산문과 구별되기 어려워 시세계가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단점을 강 시인의 경우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경쾌한 음악성으로 극복하고 있다.

 

할멈 바람 매서운

영도다리에 서니

봉래산 정수리와 마주쳐

 

해는 천마산 뒤로 숨었는데

갈매기 날개짓 하는 자갈치

문어장사 초등학교 동기 문자는

전기장판에 누워 허리를 지지고

옆 점포 산 곰장어 아지매

핏발 오른 눈망울 무겁게 걸고 있네

 

현인이 부르는 금순이는 보이지 않고

기력 빠진 친구들 모습 뿐

어찌 저리도 변했능교

 

포항물회도 화중지병이요

매운탕 국물만

치어다보는 내 친구야

 

철없이 떠돌던 세월은 가고

늙은이 되어 앉았네.

-영도다리전문

 

강언관 시인은 부산 토박이다. 보수동에서 태어나 영도에서 성장하여 초··고등학교를 그곳에서 다녔다. 그리고 나서는 청·장년기에도 직장생활을 영도에 있는 대한조선공사(현재의 한진중공업)에서 하였다. 따라서 강 시인의 고향은 영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인용 시 영도다리는 이러한 강 시인의 삶의 역정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첫 연과 둘째 연에서 시적화자 즉 강 시인은 영도다리에서 서구 암남동 쪽의 천마산을 거쳐 자갈치 앞 바다의 갈매기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에서 평생 문어장사를 하는 초등학교 동기 문자의 근황에 관심이 간다. 뿐만 아니라 옆 점포 주인여자의 신산한 삶도 살펴본다. 셋째 연에서는 대중가수 현인(1919-2002)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를 등장시켜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넷째연과 마지막 다섯째 연에서 노인이 된 친구의 건강을 염려한다. 이렇게 강 시인의 시는 고향 영도를 시적 공간으로 하여 노년기 문학으로서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화 목 토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난다

 

나의 환한 미소가

오고 가는 그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향기이기를

소망한다

 

오늘은

항공모함 로날드 레이건 호

활기찬 미국 해군의 승무원들

귀를 쫑긋하게 세우니

해동용궁사를 찾는다

 

말레이시아 젊은 여자들

감천문화마을을!

전철을 서면에서 걸아타고

1호선 토성동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세요

 

일본 젊은이 커풀은

김해공항을

여기서 전철을 타고 한 시간 가량

사상역에서 내려 경전철로

김해공항을!

와까리마스까?

 

우물쭈물하면

함께 가서 티켓을 뽑아주고

잔돈을 바꾸게 하고

큰 가방은 쉽게 나가는 문을

 

세계의 젊은 여행객과

나누는 미소가

너무 좋다

3 시간이

너무 빠르게 달려간다

-나는 실버 통역사전문

 

인용 시 나는 실버 통역사는 노년의 일상을 어떻게 보람 있게 보내고 있는가 하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강 시인의 작품들은 이러한 경향의 작품들이 많다. 그가 오랜 인연의 사람들과 만나 산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그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관광객들에게 간단한 길 안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뜻 있게 보내는 것이 세칭 실버 통역사라고 파악하여 이 작품을 골랐으며 이 작품을 이 시집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 시의 특색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비유나 상징보다 직접적인 행동 묘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하면서도 감정을 적절하게 절제하고 있다. 감정이 노출되고 있는 부분은 둘째 연과 마지막 일곱째 연이다. 둘째 연의 경우 관광객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누는 미소가 그들에게 소박하지만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는 강 시인의 작품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시적 비유 사랑의 향기라는 후각적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째 연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들과 대화와 미소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봉사하는 ‘3시간이 /너무 빠르게 달려간다고 하여 경쾌한 시간적 이미지로 마무리 하고 있는 점에서 시적 형상화를 성공하고 있다.

셋째 연의 미국 해군 승무원들과의 만남, 넷째 연의 말레시아 젊은 여자들과의 만남, 다섯째, 여섯째 연에서의 일본 젊은이 커풀과의 만남들에서도 간략하게 사건만 제시하는 것으로 인하여 이 시는 전반적으로 군두더기 없이 노년의 삶을 경쾌하고 역동성 있게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낙도 충남 서산 참 농부의

71남 중

일곱째 딸

78

동생 아들 태어나

전주 이씨 대를 이으시네

막내 딸

발길에 채이는 들풀처럼

살아 남았네

눈치 없고 말없는 산이 좋아

산 아가씨

산처럼 살으리라 하다가

산에서

동갑내기 찐 사나이 만나

어느덧

21여 두고

산 닮은 그대로

오로지 가족사랑

가장 아끼는 사위는

내 남편

국군 원사 내 사랑

사랑비 내리는

부산 시댁은 아들만 둘

시 어머니

시 아버지

하늘의 축복

청산에 살으리라

-작은 며느리전문

 

인용 시 작은 며느리는 강 시인의 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난 사람과 가족들에 대한 시들 가운데 한 편이다. 필자로서는 대단히 민망스러운 일이기도 하는데 그 가운데 필자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시도 한 편 있다. 이러한 가족과 만난 사람들에 대한 시편들을 쓰는 노년기의 시인들은 비단 강 시인뿐만 아니다. 그 동안의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이러한 시편들은 많이 쓰여질 것이다.

이 시 작은 며느리의 경우에도 강 시인 특유의 긍정적인 삶의 방식에서 나오는 경쾌한 리듬이 있다. 그리고 이 시는 강 시인의 작품 가운데는 드문 연 구분이 안 된 작품이다. 그러한 까닭은 강 시인이 작은 며느리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 생각된다. 강 시인의 작은 며느리는 산을 좋아 하다가 역시 산을 좋아하는 작은 아들과 만나 21여 즉 두 손주와 한 손녀를 강 시인 부부에게 안겨준 며느리이다. 산이 좋아 산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났으며 직업군인이라 군부대가 있는 전국의 산으로 옮겨가며 살면서도 오로지 남편과 아들딸 그리고 시부모를 아끼는 착한 며느리이기에 어쩌면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힘든 며느리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아버지인 강 시인으로서는 사랑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아버지이면서도 작품 속에서 시어머니를 먼저 열거한 까닭은 여성인 며느리를 배려한 측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이 시가 더욱 감동적으로 읽히는 까닭은 시적화자가 마지막 부분에는 며느리로 바뀐 부분 때문이다. 비록 화려한 삶은 아니지만 행복하다고 인식하는 며느리나 그 며느리를 시로 형상화한 시아버지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미소를 머금을 수 있을 것이다.

 

3

 

강 시인의 몇 작품 속에서 그의 노년의 성실한 삶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지난날의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동안의 어려웠던 삶을 극복하고 앞으로의 행복한 나날을 소망하는 시 한 편을 인용하면서 부디 강 시인의 남은 생애도 이 시편들처럼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젊음이 넘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출렁거리는 검은 바다

건너는 쪽배 하나

 

성낸 하늘은 주름지고

 

차가운 바람

마음은 갈대

 

부르는 소리 들으면

달려가리라

아직은

 

허리끈도

신발 끈도

졸라매고

 

햇살 부드럽던

그날들

그리워라

 

저 고개 넘어가

닻을 내리고

 

엄마 품에 안기리라

-쪽배전문

<양왕용/ 시인/부산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