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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3.검은 사슴

작성일 : 2022.04.08 06:01

검은 사슴

 

한강 /문학동네 586P

 

 

소설의 첫 몇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이미 옛날에 이 책을 읽었음을 알았다. 중복해서 읽지 않으려고 책에 나 혼자만 알 수 있는 표시를 해두는데, 새 도서관을 이용하느라 확인이 불가능해졌다. 채식주의자로 한국 최초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 내처 읽었다.

 

인간의 연약함을, 연약함으로 인한 고통을 운명의 깊이로 환치하는 소설이다. 황사가 심한 팔차선 도로에서 옷을 발가벗고 뛰어가는 25살 여자와 인연을 맺은 잡지사 여기자, 벗은 여자를 사랑한 젊은 남자가 얽힌 이야기다.

 

벗은 여자가 이유 없이 사라진 후,여자를 찾으려고 여기자와 남자가 강원도 폐광촌으로 간다.그곳에서 괴팍한 시진작가를 만나 막장의 어둠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검은 사슴은 막장에 사는 짐승이며 불행의 전조다.

 

어둠과 허무로 충만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적을 쫒다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어둡고 고통스럽다.

 

모두가 떠나가버린 폐광촌의 음울한 풍경이나, 스스로 어둠의 바닥을 사진으로 건져 올리고 싶어 했던 불우한 탄광촌 사진작가 역시 어둠의 내면을 직시할 수 없어 절망한다.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검은 세계를 끈질기게 따라가는 이 소설은 절망인가, 아니면 우리의 운명을 보듬는 위안인가? 소설의 끝장을 넘긴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전용문 소설가/ 신경외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