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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4.02 11:22
[악서(樂書) 읽기] #8. 악서(樂書) 제1권 9장과 10장. 수구초심(首丘初心)
악서(樂書) 제1권 9장은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 上) 23장 전문을 해설합니다.
/제민이 가곡전수자
“공자가 대상(大祥)을 지내고 나서 5일 후 오현금(五絃琴)을 탔으나 화성을 이루지 못했는데, 10일 후에는 생황에 맞추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孔子既祥,五日彈琴而不成聲,十日而成笙歌 공자기상 오일탄금이불성성 십일이성생가)
금(琴)과 슬(瑟)은 동류의 현악기입니다. 차이는 줄의 숫자입니다. 금(琴)은 줄이 다섯 개이며 작고, 슬(瑟)은 25개이며 큽니다. 공자가 대상(大祥)을 지내고 5일 후에 오현금을 연주합니다. 탈상한 지 5일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공자의 심정에 부모를 그리워하는 슬픈 마음이 떨어지지 않아, 삶의 의지 즉 생의(生意)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현금을 타더라도 화성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반면 10일 후는 생의(生意)가 충만하여 생황에 맞추어서 노래를 불러도 화성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생황(笙簧)은 공명통에 길고 가느다란 나무 관을 꽂아서 만든 관악기입니다. 생황의 공명통은 포(匏) 즉 박으로 만듭니다. 박[匏]은 북동(北東)과 입춘에 어울려, 봄볕에 모든 생물이 자라나는 형상을 가리킵니다. 오현금에, 비해 생황이 표현력이 좋습니다. 오현금은 손으로 타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이며, 생황은 입김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관악기이기 때문입니다. 성악은 관악보다 더 표현력이 풍부합니다. 목소리가 마음에서 직접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점을 진양은 “현악은 관악만 못하고, 관악은 성악만 못하다”고 서술합니다(絲不如竹 竹不如肉 사불여죽 죽불여육). 공자는 대상으로부터 5일 후에는 현악기를 연주하였으나 화성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10일 후에는 현악기보다 표현성이 좋은 관악기를 연주하고 노래까지 불러도 화성을 이루었습니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나며 부모를 그리워하는 슬픈 마음[孝思之意 효사지의]이 줄어들어 삶의 의지가 충만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장, 악서(樂書) 제1권 10장에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구절이 나옵니다. 그것은 “악락/기소자생(樂樂其所自生)”입니다. 이 문장은 단궁 상(檀弓上) 27장에 들어있습니다. 이 장(章)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제가 살던 굴을 향해 돌린다는 뜻입니다. 태공(太公)은 주(周) 나라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도와서 은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일으켰습니다. 그 공로로 영구(營丘)에 수도를 둔 제(齊)나라의 제후로 봉해졌지만, 내리 오대에 걸쳐 제사를 주 나라로 돌아가서 지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제사 지내는 것을 반장(反葬)이라고 합니다. 반장(反葬)에 대하여 군자(君子)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합니다.
“樂樂其所自生,禮不忘其本” 악락/기소자생 예불망/기본
악(樂)은 살면서 이룬 일을 즐기는 것이고, 예(禮)는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 장례를 지내는 것은 예의(禮儀)입니다. 태공 과 자녀들은 반장(反葬)의 예의를 통하여 그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근본을 기억합니다. 반면 악(樂)은 삶으로부터 나온 것들 즉 기소자생(其所自生)을 즐깁니다. 삶으로부터 나온 것이란 생일 같은 삶의 행적, 행동, 또는 업적입니다.
진양은 위 문장을 다음과 같이 해설합니다. “군자가 예를 수행하는 것은 말을 본래의 뜻대로 이행하는 것이고, 악을 연행하는 것은 행적을 즐기는 것이다.”(君子之所爲禮 言而履之者也 所爲樂 行而樂之者也 군자지소위례 언이리자야, 소위악 행이락지자야). 예기(禮記)에서는 예(禮)를 근본을 잊지 않은 태도라고 했는데, 진양은 말을 본래의 뜻대로 이행하는 자세라고 합니다. 둘은 비슷한 의미입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본래의 뜻대로 이행하면 근본을 잊지 않은 것입니다.
악(樂)과 즐기는 행동 즉 락(樂)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악(樂)과 락은 글자는 같고 발음이 다른 것입니다. 예(禮)는 근본을 기억하는 자세이며, 악(樂)은 삶을 즐기는 자세입니다. 악(樂)은 즐기는 것이므로 슬픈 심정일 때는 연행할 수 없습니다. 공자는 대상(大祥)을 치르고 10일후에는 슬픔이 가라앉아 생황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악서(樂書) 제1권, 9장과 10장을 읽으며 뜻을 음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