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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12.17 02:07
<금주의 순우리말>143-대꾼하다
/최상윤
1.갑작사랑 : 서로 만나서 사랑을 느끼고 확인하기까지 긴 사간을 요하지 않는 사랑.
2.갓 : 굴비, 비웃 따위나 고비, 고사리 따위를 묶어 세는 단위. 한 갓은 굴비, 비웃 따위 열 마리. 또는 고비, 고사리 따위 열 모숨을 한 줄로 엮은 것을 이른다.
3.날짱거리다 : 쉬어가면서 천천히 행동하다.
4.대꼬바리 : ‘담뱃대’를 달리 일컫는 말.
5.대꾼하다 : 기운이 빠져 눈이 쑥 들어가고 정기가 없다. < 데꾼하다. 센-때꾼하다.
6.말똥지기 : 연을 띄울 때, 연을 놓는 사람.
7.받걷이 : 돈이나 물건을 여기저기서 거두어들이는 일. 또는, 남의 요구나 괴로움을 잘 받아들여 돌보아 주는 일. ‘받(다) +거두(다)’의 짜임새.
8.살강거리다 : 설익은 밥이나 콩이 씹히는 소리가 자꾸 나다.
9.살거름 : 씨를 뿌릴 때에 씨와 섞어서 쓰는 거름.
10.알제기다 : 눈동자에 흰 점이 생기다. 준-제기다.
11.잠록하다 : 날이 흐리고 바람이 없어 우중충하다.
12.초꼬지 : 말린 떡조개. ‘떡조개’는 작은 전복. 작은 전복을 말린 것.
13.투레질하다 : 젖먹이 아이 또는 말이나 당나귀 따위가 ‘투루루’ 소리를 내다.
14.푼푼하다 : □여유가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같-푼하다. □옹졸하지 아니하고 너그럽다. 준-푼하다.
15.해반드르르하다 : 모양이 해말쑥하고 반드르르하다. 또는, 이치에 맞게 꾸며대며 그럴싸하다. 준-해반들하다. < 희번드르르하다.
◇70여 년 전이었다.
나의 청소년 시절은 전래적 보릿고개의 배고픔에다 6‧25 참상으로 퍽이나 ‘잠록하고’ 우울했다. ‘갓’이나 ‘초꼬지’는 언감생심이요, ‘살강거리는’ 콩밥이라도 하루 두 끼만 먹을 수 있었다면 다행이었다.
미군 원조물인 강냉이 죽 아니면 <꿀꿀이 죽>(미군부대 식당에서 빼내어 나온 음식 찌꺼기로 만든 죽)으로 연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대게 ‘대꾼한’ 청소년이었다. 그런 가운데도 여고생과 ‘갑작사랑’에 빠진 ‘해반드르르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죽마고우요 고교 친구 ○○가 있었다. 여드름투성이요 ‘대꾼한’ 사춘기의 나는 그를 참 부러워했다.
이제 팔질(八耋)의 중반인 <둔석>도 네 자식놈의 ‘투레질’ 소리도 들어보았고 시집, 장가도 보내어 손자 손녀들의 재롱도 받아 보았다.
그리고 부산예술문화단체장으로서 ‘받걷이’를 하여 예술문화인들의 활동을 측면 지원도 해보고, 천직인 교단을 지키다 이제 하단하여 ‘날짱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도 ‘대꼬바리’를 꼰아물고 ‘푼푼한’ 하루를 즐기다가 문득 죽마고우 ○○가 담배연기 속에서 피어올랐다.
○○은 이승에 있을까, 저승에 있을까?
어이, 동무야. 한번 물어보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부러웠던 ‘갑작사랑’을 나도 한번 할
수 있을까.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