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양왕용의 시 읽기
작성일 : 2022.03.25 12:39
목숨의 중 량
/이 창 희
날아오르려니
너무 무겁군요
내 목숨의 중량
몸을 떠나는 숨결
붙잡아 보았더니
21g었다는데
볶아낸 커피콩
135알 무게
실없는 짓을 한 정신과 의사는 그날부터
아구벌린 호주머니 따내고
주저앉아 있는 책들 내다 버리고
소금물로 가슴 속에 눌어붙은
욕망의 찌꺼기를 토설했다네요
가을 잡목숲은 야위어 가는데
다시, 가난해질 수 있을까요
--《부산 크리스천문학⟫ 2021년 하반기호
<약력> 경남 합천 출신,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은퇴 목사, 1985년 《월간문학⟫ 신 인상, 부산문화방송 신인 문예상 수상 등으로 등단, 시집 『다시 사람이 되려 고』, 『다시 별 그리기』, 『시인탑승』 ,『고맙다『』 등. 30년간 목회에서 은퇴하 고 현재 부산시 기장군 일광 거주, 독서와 치유센터 운영
이창희 시인은 필자가 지금부터 거의 50년전 신학교 출강할 때 만난 제자이다. 그는 그 당시부터 시 쓰기에 능하였다. 총회신학대학원을 거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울산에서 30년간 목사로 교회를 섬겼다. 그는 최근에 다시 시 쓰기에 열중하고 부산크리스천문학가협회, 부산문인협회 등을 통하여 활발하게 문단활동도 하고 있다.
이창희 시인의 시 「목숨의 중량」은 크리스천 시인은 ‘궁극적 관심’을 시적 주제로 해야 된다는 것에 합당한 작품이다. 시 밖에 존재하는 시적화자가 이 세상에서 삶을 다하고 ‘날아오르기’를 소망하는 자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 , 즉 즉음 이후의 세계를 시적 공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신학자 폴 티힐리의 이론이기도 한 ‘궁극적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첫째 연과 둘째 연을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날아오른다’는 시어를 기독교적으로 해석하면 천국으로 올라가고 싶은 소망인데 그 소망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 비록 21g 으로 커피알 135알의 무게에 지나지 않지만 목숨의 중량이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서의 욕망의 찌꺼기이기 때문에 버려할 대상인 것이다.
셋째 연에서 지금까지 시 밖에 있는 시적화자가 정신과 의사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는 욕망의 찌꺼기 버리는 행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하게 된다. 말하자면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세상의 부와 명예나 지식 등을 모두 버려야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넷째 연에서 가을 잡목숲을 등장시켜 나이가 들수록 기쁜 마음으로 주님께로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잡목처럼 여름의 풍성함을 즉 부와 명예 권력 등을 버리고 낙엽 그리고 그것마저 버리는 겨울나무처럼 가난해져야 된다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교회가 세속화 되고 물질지향적이 되어 크리스천들도 좋은 아파트 살고 싶고 좋은 자리 차지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비기독교인과 다름없다는 요즈음 죽음 이후의 문제나 욕망의 찌꺼기를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목사 출신 시인이 썼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