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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12.09 09:07
<금주의 순우리말>142-투덕투덕하다
/최상윤
1.갑시다 : 물이나 바람 따위가 갑자기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 숨이 막히다.
2.갑이별 : 갑작스런 이별. 서로 사랑하다가 갑자기 하는 이별.
3.날짝지근하다 : 몸이 몹시 나른하다. < 늘쩍지근하다.
4.대근하다 : 고단하다. 견디기가 어지간히 힘들고 만만하지 아니하다.
5.대글대글하다 : 가늘거나 작은 물건 가운데 몇 개가 드러나게 큼직하다. < 디글디글. 센-때글때글.
6.말놀음질 : 말을 훈련시켜서 재주를 부리게 하는 일. 또는 기마수(騎馬手)가 갖가지로 재주를 부리는 일.
7.반치기 : 가난한 양반. 또는 쓸모없는 사람.
8.살강 : 부엌의 그릇 따위를 올려놓는 선반. 대쪽이나 가는 나무로 바닥을 성글게 만든다.
9.알자리 : 새 따위가 알을 낳거나 품고 있는 자리.
10.잘크라지다 : 잘쑥하게 쏙 들어가다.
11.초꼬슴 : 어떤 일을 벌인 맨 처음.
12.투덕투덕하다 : 얼굴이 두툼하고 복스럽다.
13.푼치 : 길이의 ‘푼’과 ‘치’와의 차이. 즉 얼마 아니 되는 차이를 가리키는 말.
14.해바라지다 : □모양새 없이 넓게 바라지다. □모양새 없이 좀 넓다. < 해벌어지다.
15.해반닥거리다 : □눈을 크게 뜨고 흰자위를 굴리어 움직이다. □물고기 따위가 몸부림치며 반득거리다.
◇작년 2월, 직계 가족들과 함께 금혼식 기념 촬영을 하고 채 반년도 되지 않아 <네나>는 말기 췌장암으로 3주 만에, 미처 마음의 준비도 못한 <둔석>이와 ‘갑이별’을 했다.
늦깍기 대학생이요, ‘반치기’인 내가 <네나>를 ‘초꼬슴’에 내면에 간직한 사연은 친구 사이인 내 여동생에게 영자(英字)신문을 등굣길에 매주 한 다발 건네주고 갈 때였다.
그미의 얼굴은 ‘투덕투덕하고’ 일반 여고생보다 몸매가 ‘대글대글하며’ ‘잘크라지지’는 않았지만 ‘푼치’로 건강한 허리며. 둔부는 ‘해바라지어’ 다산(多産)에는 안성맞춤이었다(우리 집안은 대대로 후손이 귀함). 게다가 여고생이 영자신문을 배달하는 모습에서 내 여동생처럼 강한 생활력이 감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산의 일류 여고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 무엇보다도 <둔석>의 2세 두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미를 마음에 담아두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병역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고 드디어 그미와 결혼했다. 그리고 반세기가 흘렀다.
<네나>가 없는 현재, 실없는 내 농담에 ‘해반닥거리는’ <네나>의 눈매도 볼 수 없고, 밤늦게 친구들과 대작 후 ‘대근한’ 나에게 <네나>의 불만투성인 잔소리도 듣지 못하고. 글 빚 독촉에 건밤을 새우며 ‘날짝지근한’ <둔석>에게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말없이 안겨주는 <네나>의 따시한 마음도 사라진 오늘.
그 무엇보다도 밤늦게 귀가하면 적막이 감도는 집안, 그래서 전등도 켜지 않은 채 캄캄한 거실 소파에 홀로 멍하니 앉아 있는 <둔석>에게 슬며시 찾아오는 외로움.
팔질(八耋)의 친구들이여. 그래도 할마이 ‘알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