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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12.09 09:05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윤일현
현 시국을 바라보며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다시 펼친다. 지도자의 자질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어떤 공동체가 정치·경제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으면 다양한 자구책과 대응책이 나온다. 중국 춘추전국시대(BC770~221)와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BC431~404) 시기에는 같은 민족과 이웃 국가 간 패권 경쟁이 치열했다. 이 시기에 동서양 모두 정치, 윤리, 형이상학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경세가, 철학자들이 나와 다양한 이론과 사상을 발전시켰다.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바람직한 대응책과 해결책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이상적인 지도자상은 이 기간 전후에 거의 다 나왔다.
27년간 계속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맹주인 스파르타와 델로스 동맹의 맹주인 아테네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다. 두 맹주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각 동맹 내 도시 국가 간의 다툼과 아테네에 대한 질투심 등이 동맹 전체의 다툼으로 확대되어 전쟁이 일어났다. 막강한 스파르타가 아테네 침공을 결정하자 아테네 시민들은 전쟁으로 자식을 잃고, 들판의 곡식이 초토화될까 두려워 전쟁에 반대했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페리클레스(BC495?~BC429)는 역사에 남을 연설을 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페리클레스의 연설문을 통해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지도자의 자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페리클레스는 페르시아 전쟁 당시 용맹과 지혜로 적을 물리쳤던 경험을 상기시키며, 아테네 시민을 격려하고 설득했다. 그는 스파르타가 침공해 오는데도 전쟁을 반대하면 적은 더 큰 요구를 할 것이고, 결국에는 모두가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페리클레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계속 전쟁에 반대했고, 그를 음해하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해 시민들을 설득했다. 그는 “여러분은 내게 화를 내지만 나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식견이 있고, 본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조국을 사랑하고, 돈에 초연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식견이 있으나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생각이 없는 것이고, 이 둘을 가졌어도 애국심이 없다면 공동체를 위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국심이 있다고 해도 뇌물에 약하면 자기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것입니다. 따라서 나의 자질을 믿고, 전쟁을 하자는 나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와 비난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했다.
뛰어난 지성, 탁월한 연설, 남다른 자제력과 인내심으로 30년 동안 아테네를 최전성기로 이끌었던 페리클레스는 전쟁을 확대하지 않고 빨리 끝내려고 했지만, 전쟁 초반에 죽고 말았다. 그가 죽자 선동가들이 시민 집회를 주도하며 연이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전쟁은 확대되었고 패전 사령관을 사형하거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사령관을 도중에 불러들이는 등의 중우 정치로 아테네는 패배했다. 그 결과 어렵게 꽃피운 민주주의는 붕괴하였고, 아테네는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투키디데스는 묻는다. “어떻게 정치가 사회나 개인을 고양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는가?” “누가 위대한 리더인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페리클레스는 명망과 판단력을 겸비한 실력자이면서도 청렴결백했기 때문에 아테네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페리클레스는 자신이 떳떳하고 당당했기 때문에 대중의 눈치를 살피거나 아첨할 필요가 없었다. 대중이 그를 인도한 것이 아니고, 그가 대중을 지도하고 이끌었다.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는 지금 이 땅의 정치인은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무수한 국난을 극복하고,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이 나라를 위해 나는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가? 나는 과연 청렴하고 결백한가? 국가적 위기를 개인의 보신과 영달,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려는 마음은 없는가?<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