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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3.17 05:38
섬 배 /오하룡
바다 가운데
섬이다
섬일 뿐이다
그 섬이
어느 사이
배가 된다
물살을 가르고
파도를 헤치고
엔진 없이 달리는
즉석 배
알 것 같다
섬도 얼마나 떠나고
싶었는지를
-시집 『그 너머의 시』(2021년) 수록
<약력> 경북 구미출신 1940년 일본에서 태어남, 1964년 잉여촌 창간 동인,1975년 시 집 『모향母鄕』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 대시인협회 지도위원,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 마산문인협회, 경남아 동문학회 고문. 시집『잡초의 생각으로』,『마산에 살다』,『창원별곡』,동시집『아이 와 운동장』, 시선집 『실향을 위하여』 등이 있음, 마산시문화상, 경남문화상, 한국현대시인상, 한국문학백년상 등 수상. 도서출판 <경남> 발행인
경북 구미가 고향이면서, 일본에서 태어나 부산을 거쳐 20대 후반 청년 시절부터 마산(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살고 있는 오하룡 시인이 필자의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취임을 축하하면서 열 번 째 시집 『그 너머의 시』를 보내왔다. 그는 80을 훨씬 넘는 연치에 60년을 넘게 고향을 떠나 타향에 살고 있다. 말하자면 평생 실향하고 타향에서 배처럼 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점은 남해군에 속하는 창선도에서 태어나 10대 후반 고향을 떠나 진주와 대구를 거쳐 1969년부터 부산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신세와 닮았다. 그래서 이러한 실향의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시 「섬 배」가 필자에게 유난히 감동적으로 읽혔다.
이 시의 첫째 연과 둘째 연에 등장하는 섬은 바다에 더 있는 섬이라기보다 시밖에
있는 시적화자 ‘나’의 비유이다. 달리 말하면 오 시인 자신의 비유이다. 앞에서 열거한 오시인의 타향살이로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고향상실감 즉 실향의 외로움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 시인의 실향의식은 바로 필자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처럼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타향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은 문득 고향이 생각나 막상 그곳에 가보아도 아는 얼굴들은 찾을 수 없고 실향의식에 상처만 받기가 쉽다.
섬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육지로 가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들을 육지로 유학을 보내고 그 자식들은 결국 육지에 정착한다. 이러한 사람 가운데 하나인 필자는 오 시인의 이 작품 속에서 섬이 배가 되어 떠나고 싶다는 시적 자유에 특히 공감한다. 이러한 열망을 시로 형상화한 오 시인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 시인의 시를 너무 아전인수로 해석한 것이 아닌지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섬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실감나게 읽힐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