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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3.07 10:53
먹고 자야 멀리 간다
/윤일현
신학기가 시작됐다. 어느 학부모가 한 해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 몇 가지를 말해 달라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학년 말까지 실천해 보면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침은 반드시 먹고 등교하자. 아침을 거르면 오전에는 몽롱한 상태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오후에는 점심 때의 폭식으로 졸음을 견디기가 어렵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은 학교생활과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행 청소년들이나 범죄자들의 식단을 조사해보면 영양 섭취가 불균형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국 어느 교도소에서 실험했다. 18세 전후의 수감자들에게 비타민, 미네랄, 필수지방산이 포함된 영양제를 먹게 했다. 비교를 위해 일부 수감자들에게는 맛과 모양이 같은 가짜 약(placebo)을 먹게 했다. 교도소 측에는 누가 어떤 약을 먹었는지 알리지 않고 수감자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최소 2주 이상 영양 섭취를 개선한 수감자들의 규칙 위반 사례는 이전보다 35.1%나 감소했다. 가짜 약을 먹은 수감자들은 6.7% 정도만 줄었다. 일반 학생의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아침을 먹지 않은 학생은 밤 동안 혈당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등교하기 때문에 수업 태도나 이해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충분히 푹 자야 한다. 밤에 늦게 자고 낮에 조는 야행성 학생은 일반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낮고 성적 향상이 느린 경향이 있다. 수면 부족은 생활을 짜증스럽게 하고 학습의 생산성을 저하해 결국엔 무기력증·의욕상실증을 유발하며 두통 같은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수면 주기가 뒤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리적·사회적 원인도 있지만 생리적 변화가 한몫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내분비계의 성숙에 따라 멜라토닌 분비 주기가 늦춰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멜라토닌은 수면 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것이 청소년기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한 가지 원인이 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청소년기와는 반대로 점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서로 다른 수면 주기를 생물학적 차이로 이해하지 않고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른 시간 등교와 학습 활동이 성인에게는 문제가 안 되지만 청소년에게는 상당히 힘들 수 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교육위원회는 1997년 원래 오전 7시15분이던 고등학교 등교 시간을 8시40분으로 늦추었다. 효과를 검토한 미네소타대학의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높아지고, 우울한 학생이 줄었으며, 중퇴율도 낮아졌다고 보고 했다. 우리도 이런 문제를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오래,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학년 초에 제대로 먹고 푹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