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작성일 : 2024.11.18 04:37
<금주의 순우리말>139-해망쩍다
/최상윤
1.감태기 : ‘감투’를 얕잡아 이르는 말. 몇몇 이름씨에 붙어, 그 이름씨가 뜻하는 버릇이 있거나 그 정도가 심한 사람으로 낮추어 나타내는 말. 보기-똥감태기, 욕감태기. 흙감태기.
2.감투밥 : 그릇 위까지 수북하게 담은 밥. 비-고봉밥.
3.날장구 : (일이 다 끝난 뒤에)쓸데없이 치는 장구.
4.대갈마치 : □마소의 발굽에 대갈(징)을 박을 때 쓰는 마치. □온갖 어려운 일을 겪어 여무진 사람을 일컫는 말.
5.대거리 : □서로 번갈아 일함. 또는, 그런 방식. 같-교대(交代). □상대편에게 언짢은 기분이나 태도로 맞서서 대듦.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6.말깃 : ←말곁.
7.반지빠르다 : □언행이 교만스러운 데가 있어 얄미운 정도로 민첩하고 약삭빠르다. □어중되어서 처리하거나 쓰기에 거북하다.
8.산코숭이 : 산줄기의 끝이 코처럼 불쑥 나온 곳. 준-코숭이.
9.알음 : 신의 보호. 또는, 신이 보호하여 준 보람.
10.알음알이 : □꾀바른 수단. □서로 가까이 아는 사람. □자라나는 지혜.
11.잗타다 : 맷돌에 팥이나 녹두 따위를 잘게 부서뜨리다.
12.초고리 : 작은 매.
13.투겁 : ‘두겁’이 변한 말.
14.푼빵 : 한 짐에 얼마씩으로 정하여 흙을 파는 일 따위를 맡기는 날품.
15.해망쩍다 : 총명하지 못하고 아둔하다.
◇나의 소년시절은 과외도 없었고, 학원도 없었다. 단지 동네 꼬마들과 어울려 오로지 놀이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래서 숙제도 못하고 다음 날 등교해서 <꿇어앉아 손들어> 벌 받는 것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명절이나 기제사 때 나에게 맡겨진 ‘잗타는’ 일도 팽개치고 동네 동무들과 놀다가 야단맞을 일은 뒷전이었다.
그리고 <보릿고개>의 시장 끼로 눈치코치 없이 ‘감투밥’에 연연했다. 참으로 천진난만했다.
청․장년이 되었다.
6․25 동란으로 대부분의 백성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그 와중에 일부 기회주의자들은 ‘알음알이’를 발휘하여 신흥부자로 탄생되었다. 거기에다가 70년대 후반, 후기산업화 시대에 이르러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반지빠른’ <가진 자>에 대한 최씨 고유의 불뚝성질인 불뚝‘감태기’와 내 소년시절의 천진난만함과 나의 문학적 ‘대거리’로는 역부족이었다. ‘날장구’였다. 아니, 오히려 1980년 5월의 나에겐 지명수배와 도피생활과 자수만 있었다.
이제 조상의 ‘알음’으로 팔질(八耋) 중반에 ‘대갈마치’로 돌아와 노을빛으로 물든 몰운대의 ‘산코숭이’를 바라보면서 나의 지난 족적을 뒤돌아본다.
정말, 그 당시 나는 ‘해망쩍은’ <둔석>이가 아니었을까...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