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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3.04 11:23
연두 집을 짓다
/오원량
산골마을에 집짓기가 한창이다
둥근 기둥에 철골로 엉성하게 이어
물빛 기초를 다진 바탕에
연두 잎으로 벽을 쌓고 미장을 하면
햇빛에 흔들리며 크는 집
집집마다 담이 없어
사방 창을 열어놓으면
이웃과 소통되는 집
비가 내리거나 햇빛을 받으면
더 말갛게 자라는 집
새들이 서로 다투어 분양받고 싶어 하는 집
어느 철새가 분양받았을까
멧비둘기 종일 노래 부르며 손님을 치네
종종 모여드는 옆 꽃동네
《창조문예⟫2018년 8월호
<약력>
경남 밀양 출신,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졸업(고전문학 전공), 1989년 월간 『동양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마리아의 여인』, 『새들이 돌을 깬다』, 2017년 (사)부산시인협회 작품상 수상, 부산가톨릭문협 편집장
코로나 19가 오미크론 변종으로 그 확산세가 감염병 역사상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러나 치명률은 높지 않다고 하여 K방역을 자랑하던 정부도 손을 놓고 각자도생하라 하고 있다. 이렇게 비극적인 싱황이 2년을 넘어 3년째 접어들고 있는데도 계절의 순환에 따라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새봄과 더불어 오미크론도 정점을 찍어 그 기세가 꺾이기를 소망한다.
오원량 시인의 시 「연두 집을 짓다」는 봄의 색깔인 ‘연두’ 그 자체를 제재로 한 작품이다. 봄은 굳이 신화비평에서 말하는 4계절의 신화적 상징을 빌려오지 않아도 희망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그 봄을 상징하는 색깔이 연두색이다. 어쩌면 봄을 노래하는 시에서 연두색의 등장은 너무 상식적인 인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봄이 오는 숲이나 산야는 문명이나 현실적인 삶과는 관계가 없는 전원지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묘사하는 경우 상투적인 시가 되기 쉽다.
그러나 오 시인의 시에는 그러한 상투성보다 오히려 도시적 상상력으로 참신성을 획득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전원의 평화로움을 발견하기보다 식물들의 활기찬 활동을 도시의 분주한 모습으로 비유하여 역동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 시의 서두에는 시적 공간이 ‘산골 마을’이라고 제시되어 있다. 산골 마을 하면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저녁 무렵에는 밥 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전통적이고 동양화적 풍경이 연상된다. 그러나 오시인의 산골마을은 그렇지가 않다. 마치 아파트 공사를 하는 듯 분주하게 봄맞이를 하는 산골마을이 등장한다. ‘둥근 기둥에 철골’이라는 구절이 대표적인 도시적 상상력이다.
이 시 전체를 이끌어가는 상상력은 집을 짓는 행위이다. 산골마을이 점점 연두색으로 물들어 가는 과정을 집짓는 행위로 비유한 것이다. 그 결과 봄이 오는 산골이 고요하고 평화롭기보다 바쁘고 소란스럽게 움직인다. 결국 온 산이 연두색으로 물들어 가는 봄맞이에 분주한 산골마을이 이러한 도시적 상상력으로 인하여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집을 짓는 작업에도 불구하고 각박한 도시의 삭막함을 비웃으면서 단절보다는 소통을 독점보다는 나눔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 새들에게 집을 분양한다는 부분은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인간들을 경멸하는 어조로도 읽힌다.
코로나 19로 답답한 우리에게 새봄을 맞아 활발하게 연두색 집을 짓는 산골마을의 풍경을 상상하면서 희망을 맛보게 하는 시가 바로 이 시라고 볼 수 있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