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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 읽기 62> 고승호의 가을 전어

작성일 : 2022.02.24 01:45

가을 전어

/고승호

 

옷을 벗어 버린 징마기

소슬바람을 입는다

노란 손수건을 걸고 선 은행잎

길에 떨어뜨린 편지를 읽는다

 

푸른 시절에는 도다리쑥국

가을 하면 전어회

제철에 좋은 것들

진해만 물결이 푸득거린다

 

깨꽃 뜯어 먹고 자란 전어는

통통한 살에 기름기 배이고

땡추 콩 된장에 한 쌈 싸

푸른 식탁을 살찌게 한다

 

가을 전어 굽는 그윽한 냄새

고양이 눈동자 붉게 타고

구월 장 열린 수족관이

창밖을 헤엄쳐 나간다

-문학도시20221월호

 

약력;2010문예시대수필 등단, 2015부산시인등단, 부산문인협회 이사, 부산불교 문인협회 이사, 동래문인협회 회장, 시집 아버지의 탑, 낙엽일기,을숙도 소회,부 산문학상 우수상, 을숙도문학상, 실상문학 작가상 등 수상

 

고승호 시인의 가을 전어는 일종의 풍물시이다. 전어는 그 동안 가을에 나는 남해안의 주종어로 요즈음에는 다소 그 성어기가 당겨지기는 했고 양식까지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역시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 들어 있다라는 속설처럼 미각을 돋우는 어종이다. 고 시인은 이러한 속설의 어종인 가을 전어를 시적 제재로 하여 진해만의 풍물을 형상화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선 1연에서는 장마가 끝나고 은행잎이 노래지는 가을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2연에서는 봄철 별미인 도다리쑥국과 가을 전어를 대비하여 진해만의 풍물을 제시한다. 그러다가 3연부터 본격적으로 가을 전어에 대한 풍물이 등장한다. 깨꽃 뜯어 먹고 자라 고소하다는 전어에 대한 비유와 땡추와 콩된장과 어울어진 식탁을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 마지막 4연은 전어냄새라는 후각적 이미지와 고양이 눈이 붉게 타고 수족관이 창밖으로 헤엄쳐 나간다는 공감각적 이미지들을 등장시켜 보다 입체적인 풍경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들로 인하여 이 작품은 단순한 풍물시의 경지를 벗어나 그 나름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식당 출입의 자유마저 억압받고 있지만 가을 전어에 얽힌 추억을 가진 독자들에게 이 시는 충분히 치유제가 될 것이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