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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수프 /재미로 보는 주역> 10.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성일 : 2022.02.19 12:15 수정일 : 2022.02.19 12:18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소탐대실(小貪大失)

/양선규

 

태생적으로 한 뿌리로 얽히기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야 득이 있을지 늘 형세를 저울질합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무슨 일을 도모하려면 이런 이들을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 만나게 될 때는 일반적으로 달콤한계기가 있을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의 본색을 알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뜻이 (밖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여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는날이 되면 그들은 초지(初志)를 거두어들이고 공연히 배반합니다. 누가 필요해서 찾아가면 십중팔구 뜻이 (밖에)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렇게 또 저울질을 일삼으며 또 다른 달콤한 계기가 없는지 이리저리 물색합니다.

초구는 띠뿌리를 뽑으니 얽혀있음이라, 그 무리를 지어서 가니 길하니라. (初九拔茅茹 以其彙征吉) - 띠풀은 그 뿌리를 뽑으면 서로 당겨 끌려나온다. ()는 서로 엉킨 채로 끌리는 모양이다. 세 양()이 뜻을 같이 하니, 모두 밖에 뜻이 있다. 초효는 무리의 머리가 되어 자기가 들리면 (다른 양들도) 따라 들리게 됨이 띠뿌리가 얽힌 것과 같다. 상괘가 순순히 응하고 거슬러 거부하지 아니하니, 나아가려 함에 모두 뜻을 얻으므로 그 무리를 지어 나아가면 길하다. [왕필, 임채우 옮김, 주역왕필주, 도서출판 길, 1999(2), 113]

주역 열한 번째 태()지천태(地天泰)’와 열두 번째 비()천지비(天地否)’는 서로 대비되는 괘입니다. 형태(괘상)가 상반됩니다. 각각 //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괘와 하괘가 3, 3양이거나 그 반대로 3, 3음입니다. 어느 한 쪽으로 확 기운 형세를 드러냅니다. 경문은 각각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다’(小往大來)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다’(大往小來)입니다. ‘양이 안에 있고 음이 밖에 있으며, 안으로 강건하고 밖으로 순하며, 천지가 사귀어 만물이 통하면’ ‘지천태’(地天泰)이고 그 반대면 천지비’(天地否)입니다. 전자는 길하고 후자는 흉합니다.

()는 사람이 아니니, 군자의 곧음이 이롭지 못하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느니라.(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왕필, 임채우 옮김, 주역왕필주, 도서출판 길, 1999(2), 119]

()괘와는 달리 비()괘에서는 군자의 곧음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말합니다. ‘소인의 도가 자라고 군자의 도가 사라지는’, ‘천지가 사귀지 못하는때를 적시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인간세에서는 늘 의 운세가 오고 갑니다. 사람의 길이 사람 아닌 것들에게 유린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사람 아닌 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자처할 때도 흔히 봅니다. 그러나, 설혹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는세월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 에 뜻을 두고 있다면 조만간에 그 작은 것들을 떠나보내고 큰 것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야 인간세입니다. 주역은 그런 인간세의 변화를 요약하고 있는 책입니다. ‘띠뿌리가 보여주는 ()’의 아름다움을 반드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사족 한 마디. 굳이 뜻을 밖에 두고있지 않더라도, 살다보면 매사 작은 것을 보내고 큰 것을 기다려야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작은 것에 매여 있다가는 큰 것이 오는 것을 제대로 맞이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인생만사 소탐대실(小貪大失)입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정분을 기억하고 의리를 지키려다 보면 어찌할 수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제 인생은 늘 그렇게 소탐대실의 연속이었습니다. 갈림길에서는 항상 감정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제가 제공하는 노력이나 노역, 혹은 감정보다는 항상 적은 양의 보상을 얻곤 했습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만약 저의 선택이 신의 한 수, 대박의 연속이었다면 제 인생이 크게 좋았을까요? 그 뒤에 오는 무시무시한작은 것들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마지막 하나, 주역에서 강조하는 군자의 곧음이나마 기대할 수 있었을까요? 한 번씩 뒤돌아 봤을 때, 못난 선택이 오히려 위안이 될 때가 많습니다. 제 스스로 예상치 못했던 자리에 와 있음을 보고 때로 놀랄 때도 있습니다. 혹시 이런 인생이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는’(小往大來) 삶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때 있습니다. 운이든 노력이든, 쉽게 대박을 얻고 용케 대세에 편승한다 쳐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결국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는’(大往小來) 삶으로 자신의 인생살이를 마감한다면 좋을 것이 무엇 있겠습니까? 특히 자손들에게 얼마나 미안하겠습니까?

참조 : 주역에서는 건(((((((()의 팔괘를 기본으로 하여, 천지만물을 상징하는 육십사괘를 설정하였다. 건괘(乾卦)는 하늘을 상징하며, 오행(五行)의 금()을 뜻한다. 곤괘(坤卦)는 땅을 의미하며, 오행의 토()를 뜻한다. 기본 괘 가운데서도 건괘와 곤괘는 모든 괘의 중심이며,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감괘(坎卦)는 달과 물을 상징하며, 오행의 수()를 뜻한다. 이괘(離卦)는 해와 불을 상징하며, 오행의 화()를 뜻한다.

각각의 괘의 형상은 효()로 표현되는데, 효는 끊어지지 않은 선()으로 표현되는 양효(陽爻)와 끊어진 선(--)으로 표현되는 음효(陰爻)로 나뉜다. 괘의 형상은 이 양효와 음효가 홀로 셋을 이루거나 1 2 또는 2 1 등의 비율로 짝을 이루어 표현되는 것이다. 건괘는 양효만 세 줄로 표현되고, 곤괘는 음효만 세 줄로 표현된다. 감괘는 맨 위와 아래가 음효이고 가운데가 양효로 표현되며, 이괘는 감괘와 반대로 맨 위와 아래가 양효이고 가운데가 음효로 표현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건곤감리 [乾坤坎離] (두산백과)
<소설가/ 대구교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