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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 읽기 61> 최귀례의 코르붕겐

작성일 : 2022.02.17 11:15

코르붕겐

 

/최 귀 례

 

 

음악 시간에

바다가 발성연습을 한다

우렁찬 해조음은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서서

목청을 밀어젖힌다

파도는 클래식으로 갈겨 쓴

두루마리 오선지를 들고 음표로 복창한다

보드라운 음색

 

문득

나는 거침없이 웃던 동급생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산모의 태반처럼 유영하던 빛 한 줌

해양의 골수까지 파장을 일으키며 조율한다

체르니 연습은 실기다

뜨거운 오후의 마지막 수업이

방학의 열기와 함께 여직 열지 못한

높은음자리표의 거친 파열음 내쏟고 있다

오래된 목조건물의 정수리가 반사되고

닫으면 벽이 되는

성악실의 행방이 묘연하다

-문학도시202112월호

 

약력;서울 출생,2003문예한국등단,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대학원 졸업(도자예술),부산 여류시인협회 회장역임,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이사, 수영로 교회 권사, 현재 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 회장, 예향다원 원장, 시집폴세잔느의 여행,낮잠,바다의 뿔

최귀례 시인의 코르붕겐은 유년기의 체험이 시적 제재가 된 작품이다. 사실 유년기의 체험들은 많은 시인들이 다루는 시적 제재이다. 대체적으로 유년기의 추억들 가운데 상처가 되었거나 아픔이 된 것들이 제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 시인은 그러한 것들보다 즐거운 음악시간이 시적 제재가 된 것이 다른 사람의 경우와 다르다. 사실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피아노가 가지고 있는 리듬감 때문에 경쾌하고 즐거운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적 제재의 특성에 잘 부응하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부응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다이나믹한 이미지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이 시는 두 연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연부터 유년기의 추억 가운데 음악 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구체적으로 유년기의 시간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음악시간의 발성연습을 바다의 파도가 테트라포드에 부딪치는 것으로 비유하여 다이나믹한 상상력을 전개한다. 그리고 음악 용어들도 적절한 역할을 한다. 2연에서는 첫 부분부터 동급생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시적 시간과 공간이 유년기의 추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러면서도 산모의 태반,‘해양의 골수라는 비유가 등장하여 다소 그로테스크 한 이미지까지 보여준다. 역시 2연에서도 체르니 실기 연습’ ‘높은 음 자리표같은 음악 용어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오래된 목조건물의 이미지에서 유년기의 추억을 더욱 구체화 하고 있다.

최 시인은 코로나 19와 같은 현실의 고통을 유년기의 추억 그것도 경쾌하고 즐거운 음악시간의 추억으로 치유하고 있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