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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11.03 11:50
<금주의 순우리말>138-날연하다
/최상윤
1.감쪼으다 : 웃어른에게 글이나 물건을 살펴볼 수 있게 하다.
2.감쳐물다 : 아래위 두 입술을 서로 약간 겹치도록 꼭 다물다.
3.날연하다 : 노곤하고 기운이 없다.
4.닻가지 : 닻에 달린 갈고리.
5.닻별 : 카시오페이아 자리의 다른 이름. 별자리의 생김새가 닻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닻별’이라 불렀다.
6.말기 : 산마루. 보기-한라산 말기.
7.반죽좋다* : 언죽번죽하여 노염이나 부끄럼을 타는 일이 없이 비위가 좋다. 숫기(가) 좋다.
8.산자드락 길* : 산자락에 난 좁은 길.
9.알싸하다 : 매운맛이나 냄새 때문에 혀와 코 속이 알알하다.
10.알쌈 : 달걀 푼 것을 지짐판에 떠 넣고 고기로 속을 넣어 반달같이 부친 음식.
11.잗젊다 : 보기에 나이보다 꽤 젊다.
12.쳇것 : 주로 이름씨 뒤에 쓰이어, ‘명색이 그런 사람이나 물건’의 뜻을 나타내는 말. 보기-처녀 쳇것에 할 일이 아니다.
13.퇴물림 : 퇴박맞은 물건.
14.푼거리 : 땔나무나 물건 따위를 몇 푼어치씩 팔고 사는 일. 같-푼내기.
15.해동갑 : 해가 질 때까지의 겨를. 또는 일을 하거나 길을 갈 때, 해가 질 때까지 그 일을 계속한다는 뜻. ‘해 +동갑(同甲)’의 짜임새. 동갑은 나이가 같다는 뜻이니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그 일을 나란히 한다’는 뜻. ~하다.
+늙마 : 늙어가는 무렵.
+동돌 : 무거워서 쉽게 옮기거나 들어낼 수 없는 돌.
+안퐁하다 : 아늑하고 포근하다.
◇가을이 찾아오면 나는 내 삶의 족적을 가끔 되돌아본다.
칠판을 향해서 30년, 칠판을 등지고 30여 년, 내 지식을 사회에 환원했던 예술문화 단체의 수장 노릇 10여 년, 나머지 노인 노릇 10여 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듯 인생 팔질(八耋)의 중반에서 서성이고 있다.
특히 교편과 단체 수장을 역임하면서 제자들과 직원들에게 칭찬과 질책이 몸에 익었다. 아니 질책이 더 많았다.
어느 날 월간지 발행일을 앞두고 최종 편집 내용과 중요 원고를 ‘감쪼으는’ 날이었다. 나는 ‘잗젊은’ 편집국장이 가져온 결재 문건을 꼼꼼히 검토했다. 평소 성실하고 정확한 국장이었는데 이날따라 편집 방향과 원고 내용이 부실했다. 그래서 <명색이 부산 제일의 문예지 ‘쳇것’인데 이래서 되겠능교>하며 ‘반죽좋게’ 수정 지시와 함께 ‘퇴물린’ 결재 문건을 국장에게 되돌려 주었다. 자리로 돌아간 국장과 직원들이 ‘감쳐물고’ ‘해동갑’을 해서인지 ‘날연한’ 모습이었다. 나는 마음이 안쓰럽고 미안해서 ‘알쌈’에다 ‘알싸한’ 김치찌개로 반주 삼아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귀가 후 나는 직원들과 있었던 일들이 마음 한켠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었다. 이럴 땐 나는 버릇처럼 앞 베란다로 나간다.
다대포 앞바다의 윤슬은 달빛으로 잔잔하고, 내가 산책했던 몰운대의 ‘말기’와 ‘산자드락 길’ 위로는 ‘닻별’이 빤짝이고 있었다. 늙마에 마음의 동돌을 내려놓고 달빛과 ‘닻별’로 안퐁한 나를 찾아보았다.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