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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2.10 02:29
[악서(樂書) 읽기] # 6. 제1권 6장. 기일(忌日)에는 즐기지 않는다.
/제민이 국악가수
이 장은, 예기(禮記) 3권 단궁 상(檀弓 上) 9장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1)君子有終身之憂,군자/유/종신지우
군자에게 평생의 고통은 있으나
(2)而無一朝之患。이/무/일조지환
아침의 고통은 없다.
(3)故忌日不樂。고/기일/불락
따라서 기일에는 즐기지 않는다.
첫 문장의 종신지우(終身之憂)와 둘째 문장의 일조지환(一朝之患)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일조지환(一朝之患)은 군자(君子)에게 아침나절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일시적 근심입니다. 반면 종신지우(終身之憂)는 군자(君子)가 평생 품고 살아가는 근심입니다. 진양은 그 두 가지 종류의 근심을 다음과 같이 구별합니다.
蓋有終身之憂 仁也 개/유/종신지우 인야
평생의 고통을 품고 있는 것은 사랑 때문이고
無一朝之患 義也. 무/일조지환 의야
아침의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은 올바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평생의 고통은 인(仁), 즉, 사랑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 때문에, 부모를 여읜 자식은 평생, 동안 슬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해마다 돌아오는 제삿날이면 자식은 부모가 세상을 뜬 날이 생각이 나 슬픔 때문에 더욱더 고통스럽습니다.
반면 아침의 고통은 올바른 일을 하지 못해서 후회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행동을 하기 전에 사람들은 혹시 옳지 않은 행동을 할까 걱정하고, 하고 난 후에도 잘못하지 않았나 근심하고 잘못을 깨닫고 나서는 후회합니다. 이런 걱정의 고통은 아침저녁에 잠깐 머무르는 일시적 걱정이므로 아침의 고통(一朝之患)이라고 부릅니다.
종신지우(終身之憂)와 일조지환(一朝之患)은 원래 “맹자(孟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 편 56장에 다음의 대목이 나옵니다.
君子有終身之憂,군자/유/종신지우
군자에게 평생의 고통은 있으나
無一朝之患也。 무/일조지환야
아침의 고통은 없다.
乃若所憂則有之: 내약소우/즉유지
평생 고통스러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舜人也,我亦人也 순인야 아역인야
순임금은 사람이며, 나도 사람이다.
舜為法於天下 可傳於後世 순위법어천하 가전어/후세
순임금은 온 세상의 본보기가 되어,
대대로 그것이 전해 내려오는데,
我由(猶)未免為鄉人也 아유미면/위향인야
나는 여전히 이름 없는 시골 사람이다.
是則可憂也 시즉/가우야
이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다.
맹자에게 평생의 고통은 순임금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발전의 의욕에서 나옵니다. 반면 예기에서 언급하는 평생의 고통은 부모를 그리워하는 사랑의 마음에서 나옵니다. 양쪽에서 모두 종신지우(終身之憂) 즉 평생의 고통이라는 말을 쓰지만, 의미는 약간 다릅니다.
부모를 여읜 자식은 보통 때도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픕니다. 제삿날이 되면 더욱, 더 슬픕니다. 그래서 기일에는 즐기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악을 연주하거나 들을 수 없습니다.
악서(樂書) 제1권 6장 3번째 문장은 故忌日不樂(고기일불락) 입니다. 여기서 樂(락)은 ‘즐긴다’는 뜻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러면 이 문장은 “그러므로 기일에는 즐기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樂(락)이라는 단어는 음악이나 춤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단어는 “악(樂)”으로 읽습니다. 국역본에는 그 단어를 “락”이 아니라 “악”이라고 보고 “그러므로 기일에는 악을 연주하지 않는다”고 번역했습니다. 어떻게 번역하든 의미는 비슷합니다. 악을 연주하는 것은 즐기는 행동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진양은 주석에서 슬프고 즐기는 마음을 음양(陰陽)에 비유합니다.
人之有哀樂 인지/유/애락
인간에게는 슬픔과 즐거움이 있는데
猶天之有陰陽 유천지/유/음양
이것은 자연에 음양이 있는 것과 같다.
陰陽不同時 음양부동시
음과 양은 동시에 있지 않듯이
哀樂不同日 애락부동일
슬픔과 즐거움은 같은 날 품으면 않된다.
심정의 애락(哀樂)은 자연의 음양(陰陽)과 대응합니다. 애(哀) 즉 슬픔은 음(陰)이며, 즐거움 즉 락(樂)은 양(陽)입니다. 음양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듯이 애락은 같은 날 품고 있으면 안 됩니다. 기일(忌日)은 어버이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여 슬픈 날입니다. 이날 즐거움 마음을 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일(忌日)에는 즐기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평생의 근심이나 아침의 우환이나 모두 고통입니다. 이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그 둘은 고통의 이유가 다릅니다. 평생의 고통은 사랑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므로 부모가 별세하고 나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 때문에, 인간에게는 평생 슬픔의 고통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을 할 때 후회합니다. 군자는 늘 올바르게 행동하니 후회의 고통은 없습니다. 군자는 평생 슬픔의 고통을 품고 살아가므로, 기일에는 즐기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악서 1권 6장을 읽으며 뜻을 새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