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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2.10 02:27
<양왕용의 시읽기 60>
첫눈
/김 인 태
눈 내린다고,
이른 아침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고
창밖을 바라보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흐릿한 소묘 한 점,
한 도시가 액자 속 종일 누운 사색이
모처럼 썰매를 탄다
스친 인연이 돌아왔다고
들뜬 환호 속 사푼히 내리는 그 기분
추억 속으로 걸어간 발자국……,
늙었다는 것, 얼마나 살맛나는 일인가
-《문학도시⟫2021년 12월호
약력; 1946년 경남 함안 출신, 2006년 《자유문학⟫ 등단, 국제펜클럽한국분부,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회원, 시집 『들곷 함부로 꺾지 말라』,『가을 그리고 겨울로』외 다수, 국제 펜클 한국본부 현대시 부문 우수상, 부산문학상 우수상 등 수상,
김인태 시인은 늦은 나이에 시단에 데뷔하였다. 그러나 김 시인의 다른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그의 생물학적 나이에 비하여 젊고 역동적인 상상력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첫눈」에서도 노년기의 절망이나 두려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눈이 내린다는 문자를 받는 것 자체가 젊은 체험이다. 그러면서 온 종일 내리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상상력을 전개한다.
종일 눈 오는 날의 풍경을 ‘흐릿한 소묘 한 점’으로 비유하고 도시를 ‘액자 속 종일 누운 사색’으로 비유하고 있으나 이러한 비유의 무력감은 ‘모처럼 썰매를 탄다’라는 경쾌한 표현으로 젊음을 획득한다. 그러면서 유년의 기억도 등장하다. 특히 마지막 행 ‘늙었다는 것, 얼마나 살맛나는 일인가’에서는 비록 늙었지만 실질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으로는 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김 시인은 눈오는 날에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젊음이 코로나 19로 고통받고 있는 노년의 일상을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