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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2.02 11:28
<양왕용 시읽기 59>
마스크
/최 옥
코와 입을 드러내고
마음껏 숨 쉴 수도 없는 세상
하얀 마스크 속에서
숨죽여 숨 쉬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손을 잡고 흔들 수도 없고
잠시 주먹을 맞대며
눈인사로 지나갔다
한겨울을 견디고 핀 꽃들을
매몰차게 갈아엎어야 했던
시린 봄날도 있었다
표정 관리할 필요도 없고
하품이 나면 입을 가릴 필요도 없었지만
답답한 마스크 속에서
우리는 자유라는 숨을 그리워했다
이제는
립스틱을 바르고 싶다
《문학도시⟫ 2021년 10월호
**최옥/ 경남 하동 출신, 통영에서 성장, 1992년 월간 《시와 비평⟫으로 등단, 부산문인협회,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 시집『엄마의 잠』, 『한 사람을 위한 기도』,『눈물 속에 뼈가 있 다』,산티아고 순례시집『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내 길을 가리라』 외 다수, 오륙도문 학상, 가톨릭문학상 수상
최옥 시인의 시 「마스크」는 2020년부터 일상의 소품이 되어 있는 ‘마스크’를 제재로 하여 코로나 19로 변화된 일상생활의 여러 모습을 형상화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일상에 대하여 분노하거나 절망하지는 않는다. 변화된 일상으로 인하여 여성들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어 시간이 절약된다는 자조적인 말을 자주 듣는다. 어쩌면 이런 말은 코로나 19를 대응하는 역설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 최 시인의 시 속에서도 ‘표정 관리할 필요도 없고/하품이 나면 입을 가릴 필요도 없었지만’이라는 부분이 그러한 표현이다. 그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최 시인이 소망하는 것은 ‘우리는 자유라는 숨을 그리워했다’라는 부분처럼 ‘자유’이다. 그러면서 ‘이제는/립스틱 바르고 싶다’라는 마지막 부분에서 여성 화장의 가장 기본인 입술 화장의 회복을 통하여 일상의 회복을 소망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코로나 19가 삶의 방향을 변화시킬 것이라 예언하고 있다. 즉 대면보다는 비대면, 접촉보다는 접속 등으로 인터넷 시대와 더불어 삶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 시인은 이러한 점보다 예전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소망하고 있다. 비대면, 접속 등과 같은 삶의 방식은 인간들만 가지고 있는 ‘사랑의 관계’를 소멸시켜 더욱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필자 역시 보고 있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