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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1.24 11:48
[악서(樂書) 읽기] 제1권 제#5.장 잠시나마 악(樂)을 떠나면 비사지심(鄙詐之心)에 빠진다.
/제민이 가곡가수
오늘은 악서 1권 5장을 읽으며 뜻을 음미합니다. 이 장은 예기(禮記) 곡례 하(曲禮下) 94장의 전문(全文)입니다.
君無故 玉不去身. 군무고 옥불거신.
군주는 변고가 없으면 옥을 몸에서 떼지 않고,
大夫無故 不徹縣, 대부무고 불철현,
대부는 변고가 없으면 종과 경을 치우지 않으며,
士無故 不徹琴瑟 사무고 불철금슬
선비는 변고가 없으면 금과 슬을 치우지 않는다.
옛날에 군주는 옥을 차고 다녀야 했습니다. 이것은 군주가 지켜야 할 예(禮)의 하나입니다. 만약 옥을 차지 않으면 예(禮)를 어기는 것입니다. 만약 예를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진양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斯須離禮 則易慢之心入之矣. 사순이례 즉/이만지심/입지의.
잠시나마 예(禮)를 떠나면 남을 경시하는 방자한 마음에 빠진다.
예의란 타인을 존중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남을 가볍게 보고 오만하게 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원래 착한 사람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사람이 바뀐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아랫사람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아서 오만방자한 마음이 자꾸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기(禮記)는 군주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늘 옥을 몸에 달고 다니며, 신하나 백성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군주에게 이만지심(易慢之心) 즉 타인을 우습게 보고 오만하게 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현(縣)은 나무틀에 매달아 연주하는 편종과 편경을 말합니다. 예기(禮記)는 대부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종과 경을 철수해서는 안 되며, 선비는 금과 슬을 치우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금琴과 슬瑟은 거문고 같은 동류의 악기입니다.
종경과 금슬은 악기입니다. 대부와 선비는 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악기를 치우지 말아야 할까요? 악기를 치운다는 말은 악기를 연주하지 않거나 듣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양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不可斯須離樂 불가/사순이악
잠시라도 樂을 떠나면 안된다.
則鄙詐之心入之矣 즉/비사지심/입지의
그러면 천박하고 속이고 싶은 마음에 빠진다.
대부와 선비가 잠시라도 악을 연주하지 않거나 듣지 않으면 비사지심(鄙詐之心)에 빠진다고 진양은 경고하는 것입니다. 비사지심(鄙詐之心)에서 비(鄙)는 비천하다는 의미이고, 사(詐)는 속이거나 꾸민다는 뜻입니다. 사전에 나오는 말뜻은 알아도 비사지심(鄙詐之心)이 어떤 것인지 아직 의미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비사지심(鄙詐之心)의 진정한 의미는 그 아래 문장과 연결하여 찾아야 합니다. 진양은 대부와 선비가 악을 늘 곁에 두어야 할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樂之大者 在鐘磬 악지대자 재종경
종과 경은 존귀한 악을 연주한다.
大夫以智帥人之大者 대부/이지/솔인지대자
대부는 지혜를 통하여 사람을 통솔하는 존귀한 사람이다.
故不徹縣 고불철현
그래서 종과 경을 치우지 않는다.
其尙御者 在琴瑟 기상어자 재금슬
금과 슬은 존중하고 받드는 악을 연주한다.
士則事人有常心者也 사/즉사인/유상심자야
선비라면 사람을 섬기는 마음이 한결같아야 한다.
故不徹琴瑟 고불철금슬
그래서 금슬을 치우지 않는 것이다.
樂之大者 在鐘磬(악지대자 재종경)은 직역하면 “악 중에 존귀한 것은 종과 경에 있다”가 될 것입니다. 국역본에는 이 문장을 “종경은 악기 중 큰 것인데”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저는 이것은 뜻을 오해한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대(大)는 악기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가 내는 소리가 존귀하다는 의미입니다. 아래 문장 大夫以智帥人之大者(대부/이지/솔인지대자)에서도 대(大)는 크기가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존귀하다는 의미입니다. 종과 경은 존귀한 소리를 내고, 대부는 사람을 지혜로 다스리는 존귀한 사람이니, 변고가 없으면 대부는 종과 경을 연주하거나 연주를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대부가 종경을 멀리하면 마음이 비천하게 됩니다. 이것이 비사지심(鄙詐之心)에서 비의 의미입니다.
其尙御者 在琴瑟(기상어자 재금슬)은 직역하면 악기 중 존중하고 받드는 소리는 금슬에 있다가 될 것입니다. 이 문장을 국역본에서는 “금슬은 늘 가까이 두고 연주하는 것인데”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이것도 오역이라고 봅니다. 위에서 종경은 존귀한 소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종과 경은 다른 악기를 지휘합니다. 반면 금슬은 다른 악기 소리를 존중하고 받드는 소리를 냅니다. 금슬이 종과 경 같은 악기를 섬기듯이, 선비는 대부를 섬깁니다. 만약 선비가 금슬을 멀리하면 윗사람을 섬기는 마음이 한결같지 않을 것입니다. 어떨 때는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데도 거짓으로 꾸며서 윗사람을 공경하는 척할 것입니다. 이것이 비사지심(鄙詐之心)에서 사(詐)의 의미입니다.
대부는 종과 경을 늘 가까이 두고 연주하거나 들어야 합니다. 대부는 타인을 통솔하는 존귀한 사람인데, 종경이 존귀한 소리를 내어, 대부의 마음을 존귀하게 합니다. 만약 대부가 종경을 멀리하면 대부의 마음은 비천하게 될 것입니다.
선비는 금과 슬을 늘 가까이 두고 연주하거나 들어야 합니다. 선비는 대부를 받드는 사람인데, 금슬이 받드는 소리를 내어, 선비의 마음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만듭니다. 만약 선비가 금슬을 멀리하면 선비는 마음을 거짓으로 공경하는 척 꾸미게 될 것입니다.
예기(禮記)는 대부와 선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악을 멀리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진양은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악을 멀리하면 비사지심(鄙詐之心)이 일어납니다. 비사지심(鄙詐之心)은 비천하고 공경하는 척 속이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악서 제1권 5장을 읽으면 악(樂)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