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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9.23 12:25
금주의 순우리말-134.잗널다
/최상윤
1.감빨다 : ①감칠맛 있게 빨다. 맛있게 먹다. ②이익을 탐내다.
2.감사납다 : 억세고 사나워서 휘어잡기 힘들다.
3.날송장 : ①죽은 지 얼마 되지 아니한 송장. ②염습(殮襲)을 하지 않은 송장.
4.당싯거리다 : 어린애가 누워서 춤을 추듯이 팔과 다리를 연해 귀엽게 놀리다.
5.당조짐 : 정신을 차리도록 단단히 조짐. ~하다.
6.말감고(監考) : 곡식을 팔고 사는 장터에서 되나 말로 되어 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7.말감스럽다* : 말끔하다.
8.반자 : 종이나 나무로 평평하게 만든 천장. 관-널판자, 빗(경사진)반자, 삿갓반자, 소란반자, 종이반자, 쇠줄반자, 흙반자, 평반자, 반자틀, 반자종이.
9.산수털벙거지 : ‘군사’나 ‘나졸’의 속칭. ‘산수(山獸)+털+벙거지’의 짜임새. 원래는 산짐승의 털로 만든 벙거지인데, 조선시대 군사나 나졸이 이 모자를 쓴 데서 유래한 말.
10.알삽하다 : 아리송하다.
11.잗널다 : 음식을 이로 깨물어 잘게 만들다.
12.체머리 : 좌우로 자꾸 흔드는 머리. 또는 그런 병적 증상.
13.퇴 : 물리거나 싫증이 나는 느낌.
14.푸지개꾼 : 푸나무로 엮어 제 몸을 감추고 새를 잡는 사람.
15.해껏 : 해가 질 때까지.
+상내 : 암컷이 수컷을 홀리려고 내는 냄새. 같-암내.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과외 공부라는 것이 없어 동네 꼬마들의 놀이문화가 참으로 다양했다.
하학 후 귀가 즉시 책보따리는 방구석에 팽개쳐 놓고 골목대장의 진두지휘로 숨바꼭질, 자치기, 다망구, 달리는 역마차(그 당시의 대중교통 수단) 뒤꽁무니에 매달리기, 기마전, 새총싸움, 아니면 ‘푸지개꾼’이 되어 새총으로 참새사냥(간식이 없었던 그 당시 우리들이 직접 구운 참새구이 맛은 천하일품이었다) 등등 ‘해껏’ ‘감사납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밥을 ‘말감스럽게’ ‘감빨고’ 난 뒤 지친 몸은 ‘날송장’이 되듯 잠에 곯아 떨어졌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 6․25동란이 터진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10월 부친께서 타계하셨다. 동란 이후 한국 경제가 급전직하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집 가운도 기울데로 기울어 생계마저 어려웠다.
이때부터 나는 배고픈 설움을 알게 되었고 <굶주림은 요리사를 책망하지 않듯이> 모든 음식에의 고마움과 ‘당조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모든 음식 앞에서 ‘체머리’도 ‘퇴’도 없이 ‘잗널어’ 먹고 있다.
그래서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는 아직도 큰 소리 뻥뻥 치고 있다.
내가 못 먹는 음식은 단 두 가지 뿐. 하나는 없어서 못 먹고, 또 하나는 안 줘서 못 먹는다. 라고.
*추신 : 지난 주 133회의 연재 글에서 자유, 정의, 진리는 필자의 고교 졸업 후 1960년 4․19학생의거로 그 동안의 추상적 개념에서 자유, 정의 라는 글짜 뒤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육화된 구체적 개념으로 정착되었음을 밝힙니다.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