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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1.20 11:42
부추전·2
/박재화
그리운 봄비 오시는 날
고향 내음 물씬 정구지란 말
창 너머 흐린 밖에 젖어들면서
병든 아내와 먹는 짭쪼름한 이것
부추 듬뿍에 애호박 숭숭 썰어 넣고
고추도 좀 보태니 칼칼
웃비*처럼 아내의 입맛 살아난 저녁
먼 데서 날아오는 딸들의 안부 전화
*웃비;비 잠시 멈춘 뒤 다시 내릴 듯함
<월간 《창조문예⟫ 2022년 1월호>
<약력> 충북 옥천(1951) 출생, 성균관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졸업,《현대문학⟫2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 『도시의 말』,『우리 깊은 세상』,『전갈의 노래』,,『비밀번호 를 잊다』 등, 기독문학상, 다산금융인상, 성균문학상 등 수상, 두원공대 겸임 교수
박재화 시인은 1984년 등단 이래 사소한 일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시어의 선택에서는 토속어와 순수한 우리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박 시인은 이를 ‘생활시’라 일컫고 있다. 그리고 ‘녹색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30대 초반에 데뷔한 그의 시력도 40년이 되어 가고 나이도 70을 넘겼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 강단의 끊을 놓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다. 그는 그 자신의 시세계를 <잗다랗고 일상적인 것에 바치는 생명의 노래>라고 피력한 바 있다. 여기서 사용한 ‘잗다랗고’의 원형인 ‘잗다랗다’는 일상어로는 자주 사용되지 않으나 사전에는 ‘무던히 잘다’라고 뜻이 설명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사소한 사물이나 일상에서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여 생명시학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부추전·2」은 부추라는 여러해살이 나물로 전을 부친 것이 시적 제재가 되어 있다. 부추의 사투리는 여러 가지이다. 이 시 둘째 연에 등장하는 ‘정구지’는 경남과 충북에서 쓰는 방언이다. 서부경남에서는 ‘소풀’이라고도 한다. 박 시인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니 ‘고향 내음 물씬 정구지란 말’처럼 부추전은 ‘정구지 전’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 작품은 따로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박 시인의 노년으로 접어든 평범한 일상이 시적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일상이 ‘정구지’라는 사투리로 인하여 유년기의 추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둘째 연과 셋째 연에서 전개되는 부추전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미각적 이미지까지 생성된다. 다섯째 연에서는 박 시인이 친절하게 각주를 달아놓은 ‘웃비‘는 토속어의 효과를 살리고 있다. 우기 사이에 잠시 그쳤다가 다시 내리는 웃비는 그야말로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어 때문에 앓고 있는 아내에게서 보이는 환한 웃음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연 ’먼데서 날아오는 딸들의 안부 전화’에서는 박 시인의 노년의 기쁨과 위안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미소 머금게 하는 생활시로서의 연작시로 시집 한 권 엮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