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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9.10 03:49
돈돈 /휘팔이
굼벵이도 구부는 재주가 있다.
구렁이처럼 굽은 돌담은 그렇게 길었다. 나와 팔이는 사흘째 하굣길 돌담 구멍구멍을 생쥐처럼 후비며 살폈다. 녀석이 장터아이들에게 뺏길까 해서 숨겨놓은 돈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비잉씨-
그러나 욕은 속으로 삼켜야 했다. 내게 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내가 좋아 돈을 주겠다는데 그까짓 바보스러움 정도야 애교라 할 수 있었다. 버얼건 십 원짜리 종이 돈, 그것도 세 장씩이나. 사흘이 아니라 열흘인들 수고치 않으리.
돌담 그림자가 우리 키보다 길게 누울 때까지 돈이 든 구멍을 찾고 또 찾으면서 행여 녀석에게 싫은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 당시 팔이처럼 멀리서 학교 다니는, 그것도 홀어머니 밑에 있는 그에게는 텃세 센 장터 아이들이 여간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다음날도 아니 한 주 내내 집에 늦게 온다는 어머니의 꾸중도 감수하면서 그 돈을 완전히 포기하는 순간에도,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녀석을 미워할 수 없었다.
애초 팔이는 돈이 없었다. 인정(人情)을 볼모로 사기를 친 샘이었다. 그래서 그는 장터에 나와 같은 힘이 있는 든든한 친구, 곧 안전지대를 확보하려 했다. 내가 그를 미워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순수를 믿었던 내 순수에 대한 상처, 곧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는 그것을 진작 몸으로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