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양왕용의 시 읽기
작성일 : 2022.01.13 10:41
새벽 기도
/박철현
초승달이 뒷산 넘어가면
새날을 깨우는
시벽始壁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여명을 추수르며
만상을 깨워오는 먼동이 트면
기도원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아 오른다
일만 마디 필요 없는
깊은 묵상
세상의 모든 것들
오늘만은 다 비우리라
무릎 꿇고 엎드린 각고의 기원
물결을 거스르기만 하며 살아온
지난날의 업보들
오늘은 다 버리게 하여 달라고
새로운 시간을 알리는
새벽종소리
내 안의 것들을 씻어내고 있다.
-월간 《창조문예⟫ 2021년 12월호
<약력> 서울고,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2001년 월간 《창조문예⟫로 등단, 시집
『두 얼굴의 초상』, 『세 개의 태양』,『어울림』 등 다수, 대한민국크리스천문학 작가대상, 한국장로문학상 등 수상. 한국장로문인회 회장,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부회장 창조문예문인회 회장 등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박철현 시인은 늦은 나이에 데뷔한 시인이다. 말하자면 젊은 날의 삶의 현장에서 은퇴할 즈음에 시 쓰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데뷔 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여 여러 권의 시집을 내어 개신교 계통의 문학상도 받고, 문학단체의 책임을 두루 맡았다. 박 시인도 나이는 어쩔 수 없어 최근의 시편들에서는 노년기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노년기의 많은 시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허무의식이나 절망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 건강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의 원천은 그가 가지고 있는 신앙의 성결성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에는 신앙고백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객관적 상관물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시는 시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여 있다.
「새벽 기도」에서는 새벽에 드리는 기도의 내용 즉, 생활전선에서의 소망이나 가족들에 대한 소원 같은 기복적인 신앙이 등장하지 않고 신앙인의 일상인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첫째 연과 둘째 연에서는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원의 돌계단을 오르는 과정이 형상화 되어 있다. 그리고 셋째 연과 넷째 연에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현실의 업보를 버리게 해달라는 참회의 기도를 묵상을 통하여 하고 있다. 이 시가 시적으로 성공한 부분은 마지막 다섯째 연이다. 새로운 시간을 알리는 새벽 종소리를 통하여 성결하게 씻어지는 마음을 청각적 이미지로 보여주는 능력을 박 시인은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상과 같은 시적 능력으로 박시인은 세속적인 욕망을 다 버린 후에 다가올 영생의 기쁨을 노래할 경지에 다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