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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인정머리 없는 보수

작성일 : 2024.09.02 11:41

인정머리 없는 보수

/신평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후 수형생활을 하면서 허리의 극심한 통증으로 의자를 하나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수차 요청하였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교정 당국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의 시점에서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 때를 마지막으로 하여 그 후 생긴 몇 차례의 보수 정부-현 윤석열 정부를 포함하여-고인물로 정체되었다. 외부의 참신한 인재가 들어와 내부의 활기를 일으키며 개혁을 해나가는 분위기가 거의 소멸하였다. 대신에 영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보수정당에서 선출직 공직은 당의 공천만 따내면 땅짚고 헤엄치기였다. 온실 안에서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해 가는 것이 풍조로 자리잡았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국민의 힘이나 윤 정부 안에서 장래를 생각하며 후배를 키우고, 자신보다 당이나 정부 나아가 국가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보수는 좀 인정머리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지워버리기 어렵다. 황교안 전 대행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정한 처우도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반대로 진보는 그들의 비현실적인 닫힌 세계관이나 개인적 역량의 미달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는 전통이 확연하다. 물론 이것이 연고주의(nepotism)로 연결되어 국고의 낭비를 초래하는 일도 흔하나, 여하튼 그쪽에 들어서면 보수 쪽의 몰인정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보수는 모래알같이 흩어지는데, 진보는 하나로 쉽게 뭉친다. 이처럼 현재의 보수쪽 위기상황이 도래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2027년의 다음 정부는 보수가 근본적 내부혁신을 기하지 못하는 한 똘똘 뭉친 진보 쪽에서 가져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윤석열 같이 전체의 판세를 한 손에 장악하는 강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리라는 전제를 단다면 진보 정부는 그후 장기간 유지되지 않을까. ‘2022년 어게인은 공염불로 그칠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세계사적으로 보아, 성공적으로 통치체제를 이끌어나간 정부의 가장 커다란 표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역사에 대한 충성,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확고한 의지라고 본다. 지도자가 이런 열망을 가지는 한, 그 정부는 좀 더 살기좋은 사회를 이룩하려는 개혁의 정신이 충만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까지만 해도 희미하게나마 이어져 왔던 개혁을 향한 전진이 그후 거의 끊겼다. ‘고인물에 의한 고식적인 통치체제가 지속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고,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로 눈물겨운 처우를 받은 것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는 대외정책 등 몇 가지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나치게 기성질서(establishments)에 의존해 왔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 하등 윤리적, 도덕적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던 검찰 집단에 과도한 우선권을 주었다. 국민은 이미 그들이 주도해온 사법체계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해왔는데, ‘검찰정권의 외관을 띈 윤 정부에 숨 막히는 답답함을 당연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부에서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은 새로운 리더의 탄생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그러나 전형적 검찰 출신인 그는 이 정부를 향하여 야당과 협공의 자세를 취하며 압박해 들어온다. 코미디 성격의 아이러니인 동시에 어쩌면 비극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위험한 하락 현상을 보인 것은 바로 그가 힘을 얻고난 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아마 장차 그가 해나갈 배신의 정도는 황교안의 그것을 훨씬 초월할 것이다.

 

윤 정부에 남겨진 시간은 아직 많다. 부디 역사를 두루 돌아보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올바른 사명을 깨달아 국민의 신망과 사랑을 얻는 제반 정책을 시행해 가기를 바란다. 윤 정부의 실패는 필시 장래 진보의 위험한 독주로 이어질 것이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