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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의 만주詩行 > 31.하얼빈 문학의 밤

작성일 : 2022.01.08 11:24 수정일 : 2022.01.08 11:32

하얼빈에 가면

/서지월

 

하얼빈에 가면 미인들이 많아

100년이 지나도 닳지 않는

중앙대가 청석돌이 반질반질 윤을 내고

송화강이 그녀들 종아리까지

훤히 비추어도 부끄럽지 않는

하얼빈 미인들은

저녁이면 붉은 노을이 홍포(紅布)를 걸치고

뱃머리에서 바라보면 사르르 사르르

물결 치는데,

하얼빈에 가면

미인들이 많아 셀 수 없다는데

정작 그녀들이 어디서 왔는지

하얼빈 미인들 쭉쭉 벋은

봇나무같은 종아리 보면

밥도 안 먹고 속옷도 안 입고

물만 먹고 사랑만 하는가 봐,

안 가 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하얼빈에 가면 미인들이 많아

어디서 뽑혀 나왔는지

내가 가서 시특강 하는 자리에도

모두 나와 제비꽃 새각시풀꽃

사루비아꽃 작약꽃 마타리꽃 엉겅퀴꽃.....

왼갖 빛깔로 내 눈 어지럽혀 놓았으니!

(2016.1.26. 08,01)

 

<詩作 노트>ㅡㅡㅡ

**10여년만에 벼르고 별러 겨울 만주기행으로 하얼빈에 갔었다. 하얼빈이라면 잘 알다시피 안중근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기도 하며 일본제국주의 만주제국 식민지 치하 악명 높은 생체실험현장으로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일본관동군 731부대가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 갔는가. 흑토의 땅이라 불리우고 있는 흑룡강성 성도 하얼빈에도 조선족문화예술관이 있고 하얼빈역엔 안중근기념관까지 새로 들어서 있으며, 송화강상의 세계빙등제까지 열리는가 하면,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에서 <하얼빈문학>을 창간하여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까지 단숨에 달려 가서 <하얼빈문학>을 창간을 기념해 흑토에 피는 꽃이라는 축시도 낭독해 주었으며 하얼빈조선족시창작위원회 시인들 대상으로 시창작 특강도 해 주었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곳에 어찌 가려 하는가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말은 등 따시고 배부른 소리로 들렸다. 사나이 대장부로 태어나서 오천년 우리 민족 시원의 땅이기도 하며 한민족정서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만주땅을 섭렵하지 않고서 어찌 대한민국의 사내라 할 수 있으며 진정한 한국의 시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 행사에 알고 보니 그 넓은 흑룡강성 일대 조선족 문인들이 다 모였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오상 연수 통하 가목사 밀산 목단강에서까지 먼 거리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시인들도 있었다.

날씨는 추워 길거리엔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있었으며 영하 30도를 웃도는 기온이었으나 그곳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 변함없이 자동차가 달리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추워서 겨울잠을 자는 곰이나 개구리 뱀처럼 모두 집에 들앉아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완전무장을 했으니 왠지 나에겐 그리 춥지 않았다. 좀 춥다면 어릴적 귀가 시리고 볼이 따가울 정도였으니 이만한 건 견딜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사실 평균 영하 30도인 하얼빈이 춥다면 12시간을 북으로 북으로 거슬러 오르면 다다르는 흑룡강변 흑하는 한겨울 평균 영하 40도라 하는데 그럼 거긴 사람들이 어떻게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겠는가. 다 방법이 있고 적응할 수 있는 생명력이 있는 법 아니겠는가.

이번에 흑하의 눈덮인 흑룡강을 보러 가려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못해 많이 아쉬웠던게 사실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눈구경을 제대로 하려면 만주땅 흑룡강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웅혼한 제맛이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이 하얼빈에서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하얼빈시창작위원회가 주최한하얼빈문학의 밤행사를 보고 감개무량했다. 흑룡강성 조선족 문인들을 통해 우리 한민족의 문학이 하얼빈에서도 봄보리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거니와 더욱 중요한 건 조선어, 즉 한글이 15억 중국어권 문화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서도 조선민족 문학 속에 피어나고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