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별기고

특별기고

신평/ 건국절 논쟁에 부쳐

작성일 : 2024.08.26 01:20

건국절 논쟁에 부쳐

/신평

 

 

평생을 통해 법학자, 법조인으로 살아온 내 입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법의 해석은 다른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 누구라도 가지는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 거의 모든 경우 올바른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기준은 법의 해석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부닥치는 여러 문제, 나아가 우리 공동체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얼마 전 친일의 문제를 둘러싸고, 그 대표적 징표인 건국절의 시점에 관해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지금도 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의 관점에 노출시켜 한 번 바라보자.

 

이종찬 광복회장은 1919년의 3.1운동과 이에 이은 임시정부 수립의 시점에서 건국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뉴라이트 운동에 가담한 이들은, 아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에 비로소 건국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내가 볼 때는 두 주장이 모두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고 본다. ‘건국나라세움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

 

헌법학적으로 나라의 3대 요소는 주권 국민 영역이다.

 

이종찬의 주장은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한반도 전역에 걸쳐 주권을 회복했다고 하는 것인데, 우리의 상식과는 많이 어긋난다. 왜정 당시 어느 누구건 나라 잃은 백성이 되었다고 했다. 이 말은 국가의 주권이 일제에 의해 침탈되어 그쪽으로 넘어가 버렸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왕조나 고려왕조에 의해 통치된 나라도 모두 우리의 나라였다.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의 나라가 1919년의 시점이나 혹은 1948년의 시점에서 비로소 세워졌다는 것 모두 이런 우리의 상식에 현저히 반하는 것들이다.

 

1948년에야 비로소 우리의 나라가 세워졌다는 뉴라이트 사상의 신봉자들은 우리의 역사를 심하게 능욕한다고 본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찬연한 반만년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고, 설사 그 단일민족의 허구성을 지적한다손 치더라도, 이런 관념에 몸을 담그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런 우리가 제2차 대전 후 영국, 프랑스 등 식민당국에 의해 멋대로 획정된 국경선에 따라 독립한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처럼 1948년에 세워졌다고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도대체 지구상의 어느 문명국가가 2차대전 후 새롭게 세워졌다고 주장하는가? 우리를 문명국가의 반열에서 신생국가로 격하시키려는 그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는가?

 

우리의 나라는 비록 신화에 바랜 의식이라 해도 저 멀리 단군 할아버지에 의해 세워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어도 우리의 상식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그 신화의 귀퉁이를 잡고 제정한 개천절이 바로 건국절이다.

 

건국절 논쟁은 뉴라이트 사상이 제기한 것이다. 여태껏 우리가 품었던 상식에 따라, 1945년 일제가 패망한 날을 광복절, 1948년의 815일은 정부수립일로 기념해 왔다. 이것이 맞다. 바로 우리의 상식에 부합한다. 왜 이런 상식을 무시하고 뉴라이트 집단에서 굳이 1948815일 우리가 비로소 나라를 세웠다고 억지로 강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종찬의 주장은 뉴라이트의 논리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1919년에 건국되었다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나라는 이때 비로소 세워진 것이 아니다. 1919년에서 1945년 해방되기까지의 일제시대에 어찌 나라가 있었는가? 그렇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뉴라이트이건 이종찬 광복회장이건 그 주장들은 우리의 상식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고, 우리의 찬란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건국절 논쟁을 제기한 뉴라이트 집단에 우선 큰 책임이 있다. 과거의 광복절’ ‘정부수립일' 기념으로 돌아가자. 그것이 올바른 역사관이다. 이제 이 무익한 논쟁을 끝낼 때가 왔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