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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205. 여름휴가와 자녀 교육

작성일 : 2024.07.29 12:18

여름휴가와 자녀 교육

 

/윤일현

 

7월 말에 휴가를 간다는 지인이 조언을 구했다. 이 무더위에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은 엄두도 못 내겠고, 국내는 마땅히 끌리는 곳이 없다고 했다. 그에게는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려는 중학생 두 딸이 있다. 그는 아이들의 일상도 숨 쉴 틈 없이 바쁘다며, 짧은 휴가지만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교육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정자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어 정자 탐방을 추천하며 감성교육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소는 아동기에는 감성 교육’, 그 이후 소년기, 청년기까지는 이성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감성과 이성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선후의 문제다. 감성은 이성의 발달에 전제되는 기초이고, 이성은 감성의 성숙 단계이기 때문에 둘은 필연적인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감성 교육을 강조하며, 자녀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여 진리 추구의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루소는 틀에 박힌 교육을 거부하고 개인의 잠재력과 개성을 그 무엇보다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왕성하게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에 발휘하고 있다. 한류열풍이 거세다는 말이다. 한류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역동적이다. 우리는 K팝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게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 서양인의 전유물이었던 클래식 음악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콩쿠르를 평정하고 있다. 한류의 힘은 무속적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김상환 교수는 지적했다. 무속적 상상력의 특징은 감성적 충동과 즉흥성에 있다고 말한다. 한류에서는 형식적 균형을 깨는 파격, 비대칭을 낳는 역동적 흐름이 핵심적 요소다. BTS가 춤추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속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몸동작에서 우리는 무질서의 질서, 비형식의 형식을 보게 된다. 한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무속적 상상력은 통제 불가능한 광기로 번져갈 가능성이 있다. 우린 너무 열정적이고 때로 과격하고 극단적이다. 대중의 심성 밑바닥에 들끓고 있는 정념과 통제하기 힘든 충동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력한 형식주의 이데올로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언제든지 광기로 바뀔 수 있는 이 심리적 에너지를 다스리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으로 유교 경전을 절대화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보다 더 유교를 숭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종교에서 침묵과 명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힌두교와 불교에서 그렇다. 명상의 기술과 내적 침묵의 수련은 이들 종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말로 떠드는 것보다는 침묵 속에서 인간의 영혼은 깨어나고 실존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존재의 뿌리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고독해야 한다. 고독과 침묵 속에서만 사람은 자신의 근본인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깊은 사고와 내적 고요가 없는 시끄러운 말의 성찬은 일시적으로는 생산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망상과 회의에 빠지는 길이기도 하다. 인간은 침묵의 사색 속에서 궁극적인 진리의 빛을 보게 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나는 오늘의 한류 스타들에게 주기적으로 템플, 정자, 고택 스테이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요한 가운데 어떤 움직임을 의미하는 정중동(靜中動)과 열정적 움직임 속의 고요함을 말하는 동중정(動中靜)이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 긴장과 조화를 유지할 때 한류는 철학적 깊이를 더하게 될 것이고,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인에게 물멍, 숲멍, 달멍, 별멍, 노을멍의 시간을 가지며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라고 권했다. 헤어지면서 루소의 말을 함께 되새겼다. “자연을 보라, 그리고 자연이 가르치는 길을 따라가라. 자연은 쉼 없이 아이를 단련시킨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