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짧은 소설
작성일 : 2024.07.23 12:23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16> 오감도 烏瞰圖 / 역전불가
곧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영감은 마당 가운데 널어둔 콩을 자루에 쓸어 담고는
헛간으로 옮기는데 낑낑거린다.
저만치 부엌에서 지켜보던 할망이 혀를 찬다.
“마, 비키보소!”
할망은 낑낑거리는 영감을 엉덩이로 툭 쳐낸다.
그 바람에 영감은 마당에 고꾸라지고 영감이 채 일어나기도 전에
콩자루를 가볍게 들어 헛간으로 옮겨놓는다.
할망 엉덩이에 밀려난 영감은 주먹을 불끈 쥐어보지만 별 수 없다.
요즘 와서 모든 면에서 그렇듯 할망에게 뒤진다.
감나무에 앉아 있는 까마귀가 딱하다는 듯 바라본다.
그러나 까마귀처럼 까먹었던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보, 우리 오줌 멀리 가기 내기하자!”
할망은 같잖다는 듯 영감의 제의에 응했다.
둘은 마당에 줄을 긋고 나란히 섰다.
아니, 선 것은 영감이고 할망은 앉아 자세였다.
“요잇-땅!”
아니나 다를까 영감의 오줌줄기가 할망보다 멀리 날아간다.
영감은 흐뭇해한다. 할망이 옆을 슬쩍 본다.
“손대면 반칙, 잡은 것 놓고!”
손을 놓자 영감의 오줌줄기는 발등 위로 톡톡 떨어진다.
“아, 이것마저...”
감나무 까마귀도 그걸 보고 ‘까욱’ 한다.
<박명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