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별기고
작성일 : 2024.07.21 11:12
거시적 분석에 의한 현 정국의 진단
/신평
한국에서 정치평론을 하는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선호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진다. 그들이 언론에 나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속한 진영을 옹호하는 provocateur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박성민 평론가는 보수와 진보를 비교적 객관적, 합리적으로 바라보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 나는 그의 말이 담긴 기사나 방송 스크립트는 빠지지 않고 챙겨보려 노력한다. 그에게서 많은 인사이트(insight)를 얻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 몸을 담아오며 축적한 정확한 데이터 같은 것을 그의 중립적 스탠스와 버무려 올바른 결론을 내리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그에게도 모자라는 점이 하나 있다. 그가 미시적 분석에는 탁월하나 전체적 정국의 흐름을 헤아리는 거시적 분석에는 조금 약하다. 그가 실토하기를, 자신이 한 예측 중 나중에 들어맞은 것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에 반해서 나는 오랫동안 학자 생활을 해와서 자료의 중요성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정치논평에 관해 써먹을 자료를 별로 축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데이터의 세밀한 분석을 하는 미시적 분석은 약하나 거시적 분석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박근혜 탄핵정국 이래 내가 한 예측, 박 전 대통령이 언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축출되고 나중에 형사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으리라는 점, 문재인 정부 후기에 야권의 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나설 것이고 반대로 여당 후보로는 이낙연 당대표가 아니라 이재명 경기지사가 나서서 최종 승자는 윤석열일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맞았다. 그리고 국민의힘 2023년 당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후보가 51.3%의 지지율(실제로는 51.23%로 기억)로 1차 투표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는 거대한 시대의 물결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가에 관해서 우선 관심을 갖고 정치평론에 임한다. 그런 견지에서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가 보수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한 사실에 대해 지금 일부 보수쪽 사람들은 여전히 분심을 삭이지 못하고 있으나, 두 사람이 흘러가는 시대정신이 마련한 무대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맡아야 할 역할이었다.
그런데 아래 논평에서 박성민은 총선참패 후 윤 대통령이 조금 더 유화적 자세를 취하였더라면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 선거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역시 그가 큰 판세를 보는 데는 익숙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가진다.
내 견해는 이렇다. 한동훈은 법무장관 시절부터 여론조성팀을 운영하며 언젠가는 대권을 거머쥐겠다는 구상의 실현에 착수하였다.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자 그는 조금 더 야망을 구체화하여 윤 대통령으로부터의 권력승계가 아니라 윤 대통령을 뛰어넘는 새로운 권력의 창출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야심의 구체화가 표면화한 예는, 그가 당헌에 의해 인정되는 자당 대통령의 당무관여권을 무시하고 윤 대통령의 간섭을 ‘부당한 당무개입’이라고 일축하며 거부한 행위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비로소 ‘궁정쿠데타’를 향한 착실한 일보를 내디뎠다. 민주당은 노련한 정치인들이 협업을 이루며 총선 캠페인을 전개했으나, 그는 끝까지 혼자서 모든 선거관리를 독점하는 원톱체제를 고수하였다. 총선 후 당대표 선거를 겨냥하며 공천을 좌지우지하였고, 그로 인해 확보된 동조자들을 이번 당대표 선거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총선 참패의 시점에서 한동훈이 당대표 선거에 나올 것인가에 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박성민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윤 대통령의 패착으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였으나, 나는 그 시점에서 한동훈은 반드시 당대표 선거에 나올 것이라고 확언했다.
앞으로도 그는 그럴 것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주력하며 윤 대통령을 넘어서는 것이 그의 주된 목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사람을 알려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면 된다. 한동훈이 당대표가 되는 경우 그가 대부분의 공적 생활을 보낸 검사시절 사건을 처리했던 특유의 비정한 방식대로 당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다. ‘나경원 청탁폭로’는 결코 일회성의 실수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의 입과 손에서 만들어져 나올 유사한 사건들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국민의힘을 꽁꽁 얽어매어 보수 전체가 질식하는 사태로 번져나갈 것이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