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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7.01 12:23
[윤일현의 대풍헌] 요즘 어디에 관심 있나요?
/윤일현 ·
어느 선생님이 얼굴 한번 보고 세상 사는 이야기나 하자고 연락했다. 약속 장소에 나가니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이 쓴 ‘폭염 살인’이란 책을 펼쳐놓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근황은 묻지도 않고 “선생님은 요즘 어디에 관심 있나요? 난 기후 위기 문제에 빠져있습니다.”라며 커피도 시키기 전에 줄 친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대 폭염의 시대, 해마다 역대급 더위를 경신하는 오늘의 지구 모습을 저자가 ‘열국 열차’를 타고 돌아본 ‘폭염 르포르타주’이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접하니 충격이 더 컸다.
오늘날 폭염이 일어날 확률은 산업화시대 초기에 비해 150배나 높아졌다. 바다 온도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9년 기준 48만9,000명에 달하는 전 세계 폭염 사망자는 허리케인과 태풍, 수해 등 모든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합계를 훨씬 웃돈다. 열은 사회 시스템마저 붕괴시킨다. 통계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자살과 산모의 유산이 늘어난다. 혐오 발언과 강간 사건, 각종 강력범죄 빈도가 높아진다. 탄소 발생의 주범이자 더위에 취약한 소와 돼지, 닭 등의 축산물은 제일 먼저 우리 식탁에서 사라질 것이다. 2023년 식량 불안정에 처한 인구는 3억4,500만 명에 달했으며, 2050년에 이르면 인구 절반이 굶주리게 된다. 2023년 출간 당시 저자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우리는 이대로 끝장인가요?”였다. 그는 그때마다 이렇게 답했다. “지구가 살 만한 별이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팔을 걷어붙이고 싸워라. 오랜만에 만난 그 선생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준 내용이다. 세계 전역에서 들려오는 폭염 소식이 예사롭지 않다. 나는 휴대전화로 책 표지를 찍고 그 자리에서 주문했다.
나도 최근 읽은 자료 이야기를 했다. 일본은 사립대와 국립대 입시가 다르다. 사립 명문 게이오대의 자동 진학제가 내 관심을 끌었다. 같은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별도 시험 없이 게이오 중고를 거쳐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의학과나 경영학과 같은 인기 학과는 따로 시험을 쳐야 하지만, 그 밖의 학과는 초중고 전 기간 입시 경쟁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게이오브랜드 중 가장 따기 힘든 것이 초등학교 입학이다. 게이오 초등학교 학비는 우리 돈으로 1억 원에 달하지만, 경쟁률은 매년 10대1이 넘는다. 한국이라면 부의 대물림, 금수저 특혜 문제로 난리 날 것이다. 일본 사회는 사립대 신입생 선발 방식은 고유권한으로 존중한다.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하는 학생 수는 전체 정원의 10% 정도로 조절해 위화감 조장 논란을 최소화한다. 게이오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한 학생은 천재 아니면 바보다. 중간이 없다. 학창 시절 내내 입시 경쟁에 시달리지 않은 덕분에 사고방식이 창의적이고 자유롭다”고 말한다. 난 오래전부터 국가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학생선발권은 전적으로 대학에 주자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신입생 모집 정원보다 고교 졸업생 수가 적고, 수많은 대학이 정원확보를 못 하는 현실에서 학생을 수능성적으로 줄 세워놓고 앞에서부터 잘라먹기 하는 입시는 돈과 시간 낭비다. 이 제도는 최상위권 학생에겐 비정상적인 우월감과 자만심, 하위권엔 열등감과 패배 의식만 심어줄 따름이다. 학과에 따라서는 수능 성적보다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자질만 보는 전형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가 날개를 펼칠 수 있고, 대학 서열화의 부작용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폭염 살인’과 ‘우리 대입 전형 방법’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도 당면 문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계속 방치하면 어느 시점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의정 갈등이 더위체감지수를 높이고 있다. 의대 열풍을 가라앉히고,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의 감소, 인류 생존 등의 문제를 연구할 이공계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더 늦추어서는 안 된다.
<윤일현교육문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