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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금주의 순우리말 (8)

작성일 : 2021.11.22 11:43 수정일 : 2021.11.22 11:49

금주의 순우리말

/최상윤

 

1.바대 : 바탕의 품. 겉옷이나 속옷의 필요한 부분에 덧대거나 치레로 대는 헝겊 조각.

2.사둘 : 손잡이가 길고 국자처럼 생긴 고기 잡는 그물.

3.사득다리 : 삭은 나뭇가지.

4.아기똥하다 : 남달리 교만한 태도가 있다. 무뚝뚝하고 뚱하다. 말이나 짓이 앙큼한 데 가 있다. <어기뚱하다.

5.아기족거리다 : 작은 몸집으로 다리를 되똑되똑 움직이며 나릿나릿 걷다. <어기죽거리다.

6.자국물 : 발자국에 괸 물. 겨우 발목까지 닿을 정도의 적은 물.

7.차렵 : 옷이나 이불 따위에 솜을 얇게 두는 방식. 또는 그런 물건. -차렵두루마기, 차렵바 지, 차렵이불.

8.켜다 :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를 내다.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다.

9.타락줄 : 사람의 머리털로 꼬아 만든 질긴 줄.

10.파래박 : 배 안으로 들어온 물을 퍼내는 바가지. -파개.

 

간물때의 다대포 백사장은 더욱 넓어진다. 동심으로 돌아가 자국물에 발목을 담고 우뚝 서보니 내 어릴 때 모습이 피어오른다.

사둘을 어깨에 메고 한 손에는 파래박을 들고 개울가를 따라가다 사득다리와 수초들이 함께 어울려 우거진 곳을 발견한다. 그곳을 사둘로 훑어내면 붕어나 미꾸라지 특히 운이 좋은 날은 메기까지 잡아낸다. 바지가 온통 물에 다 젖어도 천진난만했던 개구쟁이들과 환호작약한 것이 초등학교 4학년까지, 6·25사변으로 온화하고 화평했던 우리들의 물놀이는 예서 끝이 났다.

뒤이어 찾아온 전후의 굶주림. 조선시대는 양반들의 필요에 쓰였던 타락줄’, 6·25전란 때는 외국인들의 필요에 의한 타락줄’. 그것도 달러를 위한 수출용이란 미명하에 한국 여인들의 머리카락이 싹둑싹둑 잘려 나갔다. 예나 지금이나 궁핍할 때 최후의 수단은 여인의 머리카락이었나 보다.

휴전이 되고, 뒤이어 <잘 살아 보세> 의 노래 덕분으로 필자는 70년대의 산업화 사회를 맞아 신혼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커 가는 자식놈들에게 몸피 바대에 알맞은 차렵바지를 입히고, 그리고 고놈들이 아기족거리며나에게 다가올 때마다 한없는 행복감을 가져 보았다. 그런데 필자는 아기족거리며다가오는 31남의 자식놈을 한번도 덥석 안아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 세대는 어른들(조부모) 앞에서 제 자식놈을 안아 무릎에 앉히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들을 무릎에 앉히고 뺨도 부비고 뽀뽀도 못해 준 것이 아쉽기 그지없다.

 

어이, ××!

이 소리에 나는 화들짝 단꿈에서 깨어났다.

알고보니 해변을 걷던 젊은이가 좀 뒤따라오는 애인에게 켜는손을 흔들고 있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아기똥한그의 무례를 잠시 원망하면서, 나는 초가을 까치놀을 응시하며 스스로 팔질(八耋)<꼰대>임을 자인하였다.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