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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1.18 10:49 수정일 : 2021.11.18 10:54
[악서(樂書) 읽기] # 1-2 왜 악(樂)을 들을 때 한숨을 쉬면 안되는가?
/제민이
(---. 오늘은 악서(樂書) 1권 2장을 읽으며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악서(樂書) 1권 2장은 예기(禮記)의 곡례(曲禮) 상(上) 편 67장에 포함된 두 구절을 해설합니다. 예기(禮記)는 예절을 기록한 책입니다. 곡례(曲禮) 상(上) 편 67장에는 “문상할 때는 웃어서는 안 된다 ”, “멀리서 상여가 보이면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된다. ” 는 예절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악서(樂書)의 저자 진양(陳暘)은 67장에 수록된 예절 중 다음 두 구절을 골라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합니다.
臨樂不嘆 임락불탄
當食不嘆 당식불탄
악(樂)을 듣는 자리에서 한숨을 쉬지 말라.
식사 자리에서는 한숨을 쉬지 말라.
진양(陳暘)은 악을 듣는 자리에서 한숨을 쉬면 안 되는 이유를 찾습니다. 첫째, 탄식은 악을 제대로 들을 때 나오지 않습니다. 진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樂生於情之所有餘 악생/어정지/소유여
악은 감정이 남는 곳에서 생겨나고
歎起於言之所不足 탄기/어언지/소부족
탄식은 말이 부족한 데서 일어난다
감정은 재미있고, 짜증 나고, 슬프고, 즐거운 것입니다. 이것들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습니다. 감정이 풍부할 때 인간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춥니다. 감정이 모자라면 악(樂)은 나오지 않습니다.
탄식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때 나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그것을 표현할 말이 부족하면 한숨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정이 풍부하면 뜻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해도, 악(樂)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악을 연주하는 자리에서는 한숨이 나오지 않습니다.
악(樂)을 감상하는 자리에서는 어떤가요? 악(樂)을 정성스럽게 들으면 악을 연주할 때처럼 한숨이 나오지 않습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은 그 노래에 공감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주를 듣는 사람은 그 악곡을 통하여, 춤을 보는 사람은 그 춤을 통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 표현을 줄 수 있습니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창작을 통하여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악(樂)의 감상을 통하여 자신의 뜻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악(樂)을 듣고도 한숨을 쉰다면 그런 사람은 악을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성을 기울여 진정으로 악(樂)을 감상하면, 그것으로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으므로 탄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故誠於執紼者 不期哀而哀 何笑之有? 고/성/어집불자 불기애/이애 하소지유?
진실한 마음으로 상여의 줄을 잡고있는 사람은 슬프려고 하지 않아도 슬프니, 어찌 웃음이 나오겠는가?
誠於臨樂者 不期樂而樂 何歎之有? 성/어임락자 불기락/이락
진실한 마음으로 악을 듣는 사람은 즐거워하지 않으려고 해도 즐거우니, 어찌 한숨을 쉬겠는가?
악(樂)을 듣는 즐거운 자리에서 한숨을 쉬면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탄식은 우환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우환이 있으면 즐거운 자리에 있어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심리학자 에이미 커디(Amy Cuddy)는 우리의 신체 자세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예를 들어 등을 구부리거나 손으로 턱을 괴는 등 신체를 움츠리면 자신감이 줄어들고, 반대로 양팔을 벌리는 등 신체를 크게 펼치면 자신감이 증가합니다. 보통 신체 자세는 감정의 표현입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신체를 웅크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은 신체를 활짝 펼칩니다. 그런데 거꾸로 자신감을 표현하는 신체 자세를 취하면 실제로 자신감이 생기고, 위축된 자세를 취하면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바디 랭기지(body language)가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진양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합니다.
臨樂而歎 則心存憂患而不知樂. 임락이탄 즉/심존우환/이부지락
악을 듣는 즐거운 자리에서 한숨을 쉬면, 마음에 우환이 존재하게 되어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當食而歎 則口含芻豢而不知味 당식이탄 즉/구함추환/이부지미.
식사 자리에서 한숨을 쉬면, 고기를 씹고 있어도 맛을 알지 못한다.
탄식을 하면 없던 걱정도 생깁니다. 그러면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고, 고기를 먹어도 맛을 모릅니다. 그러니 악(樂)을 감상할 때나 밥을 먹을 때 한숨을 쉬면 안됩니다.
예기의 곡례(曲禮) 상(上) 편 67장의 두 구절을 해설하는 가운데 진양은 악(樂)과 감정의 관계를 밝혀냅니다. 악은 감정이 풍부하여 남는 데서 나옵니다.
樂生於情之所有餘 악생/어정지/소유여
악은 감정이 남는 곳에서 생겨난다.
감정에는 크게 4개가 있습니다. 그것은 희노애락, 즉 재미, 분노, 슬픔, 즐거움입니다. 감정이 넘치는 데서 노래, 음악, 춤이 일어납니다. 약간 슬프면 노래를 부르거나 듣지 않습니다. 반면 한이 싸여 아주 슬프면 노래를 부르고, 들을 것입니다. 다른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 교육은 인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양성합니다. 감정이 빈약하면 악을 만들지 못하며, 악을 들어도 즐거워할 수 없습니다. 진양은 왜? 감정 교육이 필요한지 근거를 알려줍니다.
(오늘은 악서 1권 2장을 읽었습니다.)
<가곡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