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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시 감상

마음읽기/ 아이와 함께 게임을 즐기자

작성일 : 2021.11.18 10:27 수정일 : 2021.11.18 10:47

아이와 함께 게임을 즐기자

/박 홍 배

 

오징어 게임의 선풍적인 인기로 어린 시절 즐겨 하던 게임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전에 없던 달고나가게가 장사 안되는 국밥집을 대신해 자리 잡는 것도 보았다. 어느 회사는 너른 복도에 실제 오징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그려 놓은 곳도 있었다. 아무튼 게임이란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져 보면 우리 인생도 승리와 패배를 이야기할 수 있기에 수많은 게임이 모여서 이루어진 큰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 여행의 제한을 받기 전 우리 위원회에서는 매년 가을 위원들과 직원들이 워크숍 형식으로 세계 3대 게임쇼 중의 하나인 도쿄게임쇼를 참관했었다. 게임과 관련한 각종 전시, 행사 등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는데, 그 게임 전시의 규모나 관람객 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을 둘러보아도 다 못 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시에다 세계 각국 젊은이 수십만 명이 모여 각종 게임에 열광하는 모습은 가히 별천지라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비록 나이는 그 젊은이들보다 한참 위였지만 필자가 그런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긍심을 느꼈던 경험이었다. 우리나라도 아직 규모에는 도쿄게임쇼에 미치지 못하지만 ‘G스타라는 게임쇼가 우리 부산 벡스코에서 2009년부터 매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다행히 올해는 1117일부터 닷새간 하루 6천 명 입장을 한정으로 오프라인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도쿄게임쇼‘G스타에 참여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게임이 젊은이들의 삶에 깊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유엔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그런가 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게임산업의 규모를 생각해볼 때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192012월 발표된 국내 게임 시장의 규모는 연간 155,750억 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규모가 연간 5조 원 안팎인 점에 비추어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게임산업은 연평균 9%에 달하는 성장을 보여주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3%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성장의 부가가치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 견주어도 우리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연간 205조 원의 세계 시장 규모도 10년 동안 매년 약 5% 성장의 결과라고 하는데 성장 속도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게임산업의 성장은 우리나라가 확실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게임산업의 이런 정황에 대해 우리 기성세대들은 분명히 양면적 가치관으로 게임을 대하고 있는 것 같다. 게임산업의 발전이란 긍정적 측면과 함께 게임과 청소년이 갖는 여러 함수에 대한 불안 요소를 항상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둔 대개 부모들의 걱정이다. “아이가 게임에 몰두해서 넋이 나간 듯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종일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 같아 조바심도 납니다.”,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운동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좋은 말로 몇 번 타이르다가 속이 터져 큰소리를 내고 맙니다. 그러면 아이는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냅니다. 가끔 진짜 내 아이가 맞는가 싶기도 합니다.”

8년 전, 우리나라 18세 이하 청소년 대상 게임물의 등급을 심의하는 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부산으로 이전하게 된 것을 계기로 필자가 교총 추천의 등급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 이후 지금까지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몇 개월 전부터는 위원장이라는 직분까지 맡게 되었다. 이 자리를 맡고 난 이후 주변 지인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받기도 했는데, 축하 인사와 더불어 거의 함께 따라붙는 말은 자기 집 자녀나 손자 손녀들의 게임과 관련한 여러 하소연이었다. 앞에 말한 부모들의 걱정 대로 게임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게임을 덜 하느냐 하는 것이 주된 질문이었다. 게임을 장려해야 하는 우리 위원회의 입장에서는 그런 질문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그동안 알게 되었던 나름의 게임 상식들을 동원해 대답해 보았지만 시원한 답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겨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힘든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을 이보다 더 적당한 표현으로 부를 만한 말이 있을까? 20213월 발표된 우리나라 청소년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보면 평일 기준 4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남학생은 48.6%, 여학생은 63.8%였다. 주말에는 시간이 더 늘어 여학생의 경우 40% 가량은 8시간 이상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무엇을 하나 조사해봤더니 코로나19가 막 확산되던 2020년 자료에 의하면 전체 앱 다운로드 310억 건 중 게임이 130억 건이었다고 한다. 무려 40%를 차지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230억 달러에 달하는 앱 마켓 매출액 중 72.6%의 매출이 게임 앱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매출 수치로만 보면 스마트폰은 통신기기보다는 게임기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가까이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게 본다면 부모들은 무조건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일단 그 상황을 이해하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그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필자가 단언키로 대부분의 게임 그 자체는 청소년들에게 아주 유익한 놀이임이 틀림없다. 사고력, 집중력, 순발력, 사회성, 심지어 정서함양까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가에 의해 증명된 바다. 필자도 많은 게임을 심의하면서 그런 점을 충분히 느끼기도 했다. 게임은 여러모로 청소년에게 유익하다는 전제가 부모들의 마음에 새겨져 있을 때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지금 국민의 힘이준석 대표가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 어느 기자가 이 대표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공부했기에 미국의 그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까?”

그러자 대답은,

나는 일반 공부보다는 게임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그게 그 대학에 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 관련 글쓰기와 강의를 주로 하는 이장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서울대학의 가장 인기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대부분 학생이 초,중학교 어느 시기에 게임에만 몰두한 때가 있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부모들의 걱정 중 하나는 게임 내용이 폭력적인 것이 많아 아이가 그것을 닮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그 점은 등급 기준 등 폭력성에 대한 제어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즐기도록 한 상황은 청소년에게 굳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인간에겐 폭력을 즐기도록 한 본능이 내재되어 있고 그래서 그것을 약간은 즐김으로써 약동적인 삶을 영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이 많이 출시될수록 오히려 청소년들의 폭력성은 줄어든다는 연구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20213월 우리나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게임이 확산된 최근 10년 동안 청소년의 음주와 흡연율은 감소하고 우울증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전문가는 그 이유를 스트레스를 잠시 잊도록 해 그 상황을 정신적으로 계속 곱씹는 반추의 악순환을 멈추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폭력성에 대한 이런 견해도 있다. 2007년 미국의 예일대 햄린 교수팀은 과학잡지 <네이처>에 생후 첫돌도 안 된 아기들이 남을 돕는 착한 존재와 나쁜 존재를 구별해낸다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다. 많은 게임이 그렇듯 악당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기 위해 칼을 쓰는 행위는 그것이 겉으로는 폭력적이라도 아이는 그것을 폭력이라 여기지 않는다. 어쩌면 아이에게 더 장려해야 할 태어날 때부터 갖는 영웅본능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직접 모자란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조금만 애를 쓰면 몰락한 왕국의 평화를 찾을 수 있고,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할 수도 있으며,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와 임무를 완수할 수도 있다. 그런 행위에서 비록 폭력이 사용되어도 아이는 그것을 폭력이라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 특성은 반항적인 데서 나온다고 한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고, 하라고 내버려 두면 오히려 잘 하지 않는다. 게임에 빠진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그 심리를 잘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충분히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더니 오히려 게임 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다. 순종과 반항은 청소년의 대표적 습성이며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한다. 자아가 성장한다는 건 이런 모순적인 속성을 통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나의 자아가 오랫동안 활약하면 지치게 되어 있다. 그때쯤 역할을 교대하자고 다른 자아가 슬며시 제안한다. 흔히 청소년의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이런 통합의 연습이 격렬하고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권력의 크기가 작아 순종이 강요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순종만 할 수 없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시험하고 통합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에게 그런 장을 제공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근 8년 동안 게임 관련 일을 보면서 얻은 결론은 우리가 게임을 즐기자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게임 속에서 즐거움을 얻듯이 우리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미 게임을 즐기는 기성세대가 예상외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변 곳곳은 게임과 관련된 산업들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운전대에 앉아서도 운전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2021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현대차, SK텔레콤, 서울대병원 등 25곳이 참여하는 조직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결성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전개될지 기대되는 바가 크다.

우리가 게임을 잘 알아야만 게임에 빠져 있다는 우리 아이들도 구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대개의 교육이 그렇듯이 너무 가까이서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장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에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주인공 엘사가 부르는 노래 렛잇고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만 멀리 있어도 모든 게 작게 보이다니, 우습구나! 한때 나를 지배했던 두려움이 이제 나에게 접근할 수조차 없잖아!’ 저는 게임 문제를 조금 더 멀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평론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위원장 /문예타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