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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밥상 사이 > 43. 수능시험을 앞두고

작성일 : 2021.11.15 10:31

수능시험을 앞두고

/윤일현

 

단거리든 중장거리든 선두 각축이 치열할 때는 결승선에 들어오는 순간 순위가 결정된다. 결승선을 앞두고 젖 먹은 힘까지 모아 전력 질주하는 것을 라스트 스퍼트(last spurt)라고 한다. 완전하게 몰입한 상태에서는 관중의 환호나 박수 소리 등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수능시험도 마찬가지다. 시험이 종료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집중하면 본질 외적인 것에는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잡념이 스며들 틈도 없다. 마지막 순간에 관중의 관심과 함성이 너무 요란하면 달리는 선수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민감한 학생은 그 함성에 흔들려 결승선에 닿기 직전에 무너지기도 한다.

해마다 수능시험이 다가오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수능시험이 졸업 후의 직장과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온갖 고득점 전략이 나오고 수험생을 위한 근거 없는 충고와 조언이 난무한다. 나는 오랜 기간 대학 입시를 지켜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시험 치는 학생을 들쑤시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수험생과 가족 외에는 나라 전체가 수능에 좀 무관심하면 좋겠다. 지나친 관심은 수험생을 불편하고 신경 쓰이게 할 뿐만 아니라 불안하게 한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가장 큰 문제는 불안감 극복이다. 불안감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험 불안(test anxiety)은 평상시보다 사람을 더 긴장하게 하여 집중력을 배가한다. 다만 공황 상태(test panic)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불안감은 뇌를 얼어붙게(brain freeze)하여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한다.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은 불안, 좌절, 역경은 삶의 에너지라고 말한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뇌가 이것을 위협으로 인식하는가, 도전으로 인식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면 불안, 공포, 자기 회의 같은 부정적이고 예민한 반응이 나온다. 스트레스 상황을 도전이자 기회로 받아들이면 뇌는 도전을 이겨낼 가능성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도전으로 생각하면 신경호르몬의 분비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경망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시험 불안을 도전으로 받아들이면 건강한 긴장감을 통해 오히려 자신감이 솟아나게 된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특별히 한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평범한 문제를 자주 틀리는 학생은 주어진 지문이나 조건 안에서 문제가 요구하는 답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문 외적인 정보에 끌려 엉뚱하게 오답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예단과 비약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문과 문항을 끝까지, 진지하게, 정확하게 읽어보는 것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수험생과 가족에게 박수를 보낸다. 모든 수험생이 자신감을 가지고 실수 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길 빈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