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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5.06 11:34
<금주의 순우리말>129-푸시시하다
/최상윤
1.맏배 : 짐승이 처음으로 낳은 새끼. 또는 짐승의 새끼 낳는 첫째 번.
2.반살미 : 신랑이나 신부를 혼인 뒤에 일가집에서 처음으로 초대하는 일.
3.산불 : 해산한 뒤에 태를 사르는 불.
4.알발 : 맨발. 관-알몸. 알바늘.
5.잔채질 : (포교가 죄인을 신문할 때)가는 회초리로 이리저리 마구 때리는 매질.
6.청승살 : 팔자 센 늙은이가 몸에 어울리지 않게, 청승스럽게 찐 살.
7.통젖 : 통에 달린 손잡이. 같-통꼭지.
8.푸시시하다 : 털이 고르지 아니하고 거칠다.
9.해감 : (흙과 유기물이 썩어)물속에 생기는, 냄새나는 검은 찌끼. 관-해감내.
10.감돌 : 유용한 광물을 함유하고 있는 광석. 상-버력.
+살수청* : 몸으로 드는 수청. 곧 여인네가 관아에 불리어 가서 정조를 바치는 것.
◇ <둔석>이 팔질(八耋)에 접어들자 ‘청승살’을 줄이는 한편 베란다에 홀로 서서 남녘 바다 석양의 윤슬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태가 ‘산불’로 사라지고 ‘알발’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해서부터 유년기까지 나는 누구 못지않게 다복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친께서 명계(冥界)로 일찍 떠나신 후부터 가운(家運)이 서서히 기울어져 청소년기에는 고교를 자퇴할 정도로 삶의 밑바닥을 쳤다.
허약하여 두발(頭髮)조차 ‘푸시시했던’ 약관(弱冠)의 시련을 극복하고 입신(立身)의 초반에 늦게나마 결혼을 하게 되었다. 처가로부터 ‘반살미’의 대접도 받아보고 ‘맏배’인 딸로부터 막내아들까지 3녀 1남의 피붙이에의 애정으로써 가정의 행복이 이런 것인가를 피부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1980년 광주사태로 지명수배와 도피와 자수 끝에 우리 사회의 ‘해감내’를 정화시켜 보겠다던 내 소설가의 꿈은 꺾이고 절망의 연속이었던 내 불혹(不惑)의 시대는 각골통한(刻骨痛恨)이라 할까.
그런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하든가.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러 교육자로서 자부심도 가져보았고, 이순(耳順)에 이르러 내 지식을 몽땅 사회에 환원시켜 보기도 했으니 스스로 ‘감돌’ 역할을 해냈다라고 변명해도 될는지......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