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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이 국악 다가가기 27> [악서(樂書) 읽기] #1. 1권 1장. 선생의 서책과 금슬을 타 넘지 말라.

작성일 : 2021.11.01 11:40

[악서(樂書) 읽기] #1. 11. 선생의 서책과 금슬을 타 넘지 말라.

/제민이

 

<악서(樂書)>는 송나라 진양(陳暘)1101년에 지은 가무악(歌舞樂) 저술입니다. ()은 중국과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음악보다 범위가 넓어, 음악뿐 아니라 시가와 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악()을 단순히 음악이라고 번역해서는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진양의 <악서(樂書)>는 모두 200권인데, 내용상 크게 두 분야로 나뉩니다. 하나는 해설이며, 다른 하나는 음악의 이론입니다. 해설 편에서 진양은 고전에서 악과 관련된 구절을 찾아 뜻을 설명합니다. 이것을 진양은 훈의(訓義)”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음악의 이론을 진양은 악도론(樂圖論)”이라고 부릅니다. 악서 권 1에서 권 95까지는 훈의이며, 96에서 권 200까지는 악도론입니다.

 

악서(樂書)의 권() 1예기훈의(禮記訓義)”입니다. <예기(禮記)>는 예()에 대한 기록 또는 주석(註釋)을 담은 유가(儒家)의 경전입니다. 예기는 총 49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편이 곡례 상(曲禮 上 ) 입니다. 곡례 상 편 31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先生書策琴瑟在前, 坐而遷之, 戒勿越

선생서책금슬재전, 좌이천지, 계물월

 

선생의 서적과 금슬이 길을 막고 있거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옆으로 치워야지, 그것을 타 넘어서는 안 된다.

 

금슬(琴瑟)은 금과 슬이라는 악기인데, 둘 다 거문고와 비슷합니다. 금슬이나 서적은 스승이 쓰는 것이더라도 물건입니다. 왜 제자는 스승의 물건을 타 넘어가지 말라고 예기(禮記)는 말할까요? 그 이유를 해설하면서 진양은 악서(樂書) () 1을 시작합니다.

 

스승의 서적과 금슬을 타 넘지 않는 것은 그것을 존경하는 행위입니다. 서적과 금슬이 물건이지만 존경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진양은 생각합니다.

 

먼저, 스승의 서적과 금슬은 스승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신하는 임금의 수레와 만나면 말에서 내립니다. 이런 행위는 물건을 존경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물건이 상징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자가 스승의 서적과 금슬을 존경하는 것은 스승의 표상이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물건을 존경하는 것은 스승을 존경하는 것과 같습니다.

 

[안석案席: 벽에 세워 놓고 앉을 때 몸을 기대는 방석]

 

제자가 스승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진양은 여기에서도 이유를 찾습니다. 스승이 제자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제자가 스승을 존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승이 도()를 먼저 들었기 때문에, 제자는 스승을 모시는 것입니다.

 

()는 길입니다. 길은 인생 만사 도처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데도 길이 있고, 농사를 짓는 데도 길이 있고, 전쟁을 하는 데도 길이 있고, 정치에도 길이 있고, 인간관계에도 길이 있고, ()에도 길이 있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도 길이 있습니다. 해와 달은 일정한 길을 따라 운행하여, 밤낮과 계절을 변화시킵니다.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집니다. 생명에도 길이 있습니다.

 

길은 종류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길은 길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지 않았을까요? 모든 길을 포괄하는 하나의 통일적 길을 유가(儒家)와 도가(道家) 철학자들이 생각해 냅니다. 이것은 인간, 자연, 생명의 수많은, 길들을 포괄하는 하나의 보편적 길입니다. 유가와 도가 철학에서 도()는 보편적 도를 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길을 알아야 여행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도를 알아야 인생의 여행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도를 아직 모르는 사람은 도를 아는 사람에게 배워야 합니다. 도를 아는 사람이 선생이지 나이가 많다고, 선생이 아닙니다. 진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聞道先乎吾, 吾從而師之. 문도//호오 오종//사지.

도를 나보다 먼저 들은 사람을 나는 따라가서 그를 스승으로 삼는다.

 

스승의 서적과 금슬을 타 넘지 않아야 하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서적으로 우리가 도를 배우고, 금슬로 도를 연주하기 때문입니다. 진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道雖不在書策, 而學道者必始於書策. 道雖不在琴瑟, 而樂道者必始於琴瑟.

//부재/서책, /학도자/필시어/서책. //부재/금슬, /락도자/필시/어금슬.

 

도는 비록 서적에는 없으나, 도를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서적에서 시작한다. 도는 비록 금슬에는 없지만, 도를 연주하는 사람은 반드시 금슬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책에서 도를 배웁니다. 학생들은 물리학책에서 우주의 도를 배우고, 사회책에서 정치와 경제의 도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도는 연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양은 도()를 악기로 연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매우 새로운 사상입니다. 서양 미학에서 음악과 무용, 시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예술이 도를 연주할 수 있습니다. 도는 노래로 연주할 수 있고, 악기로 연주할 수도 있고, 춤으로 연주할 수 있습니다. 악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도를 구현(具現)한다는 사상이 이 구절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악서 1권의 번역서에서 락도자(樂道者)”도를 즐기는 사람으로 해석했습니다. ()을 역자는 즐긴다는 의미로 본 것입니다. 이것은 정확한 번역이 아닙니다. 도를 즐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락도자(樂道者)” 뒤에 필시어금슬必始於琴瑟이라는 구절이 연결됩니다.

네이버 한자 사전을 찾아보면,

()의 의미는 “1, 노래, 음악(音樂), 2. 악기(樂器) 3. 연주하다입니다.

락도자(樂道者)”에서 락은 연주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위 구절의 의미가 명확하게 됩니다.

악기로 도를 연주하면서 연주자는 도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를 연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락도자는 도를 악으로 연주하면서 그것을 즐깁니다.

 

오늘은 악서 11장을 읽었습니다.

진양은 선생의 서책과 금슬을 타 넘지 말라는 예기 곡례 상편의 31장을 해설합니다.

<가곡전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