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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0.29 10:44
자작나무 3
/김 연 수
아픈 상처들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구나
속으로만 삭힌
신음 소리들이
서로 어루만져
초월의 노래가 되었구나
연민의 가슴들이 만나
아픈 숨결조차 어우러져
영혼을 서로 씻어주는
맑은 물이 되었구나
-월간 《창조문예⟫ 2021년 10월호
<약력> 197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숨어사는 신화』, 『그대가 내게로 오면』 , 『괜찮아 다 사느라고 그랬는걸』 외 수필집 다수,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한 국문인협회,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 다일영성수련원 원장, 한국기독교문인선교 회 회장
1978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김연수 시인은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님의 사모로 알려진 분이다. 그 동안 김 시인은 독자들 특히 여러 가지의 일들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치유의 시학’을 바탕으로 한 시들을 많이 썼다. 그러한 작품들로 엮어진 시집이 『괜찮아 다 사느라고 그랬는걸』(마음의 숲,2017)이다. 그러나 이번의 ⟪창조문예⟫에 발표하는 「자작나무」 연작 5편은 이러한 경향과는 다소 다르다. 마치 정지용의 산문시 「백록담」이나 「장수산」을 읽는 분위기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물론 정지용의 시편은 산문시이면서 고통과 극기의 시학을 보여주고 있으나 김 시인의 경우는 시어가 생략되고 행 구분과 연 구분을 하는 자유시이기 때문에 다른 어조에서 나오는 독특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자작나무」 연작시에서 김 시인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작나무’ 껍질의 하얀 색 곳곳에 줄무늬처럼 들어 있는 검은 색을 띤 모습이다. 사실 이 부분이야말로 자작나무를 자작나무 되게 한다.
필자의 자작나무 체험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두 번의 백두산 등정에서 본 창밖의 자작나무 군락 풍경이다. 속도를 내지 않는 버스 때문에 차창 밖의 군락을 보면서 자작나무 기둥에서 보이는 껍질에서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본 감동을 받았다. 김 시인의 「자작나무」 연작은 그러한 영화에서 받은 막연한 감동이 아닌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김연수 시인은 「자작나무 3」에서 껍질에서 보여주는 하얀 줄무늬를 상처로 인식하고 있다. 말하자면 아픔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그 상처들은 아픔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치환시킨다. 또한 그 상처 속에서 신음 소리를 발견하면서 그것들이 상처를 서로 만져주는 ‘초월의 노래’가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그 상처들을 ‘영혼을 씻어주는 맑은 물’로 치환하여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성에 이르게 된다.
김연수 시인의 치유의 시학이 인간의 삶에서의 아픔만 씻어주지 않고 인간들, 특히 신앙인들이 가지고 있는 영성을 증진시켜 죽음으로 나아가는 인간들에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확신과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지게 하는 시편들의 시작이 바로 「자작나무」 연작시이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