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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4.21 01:34 수정일 : 2024.04.21 01:37
신평 /<한동훈의 변명>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총선 참패 후 긴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다.” 이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한동훈은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말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나는 한동훈, 홍준표 두 사람 모두 본질을 벗어난 잘못된 말을 하는 것으로 본다. 누차 말하지만, 한동훈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의 당헌에서 자당 출신 대통령에게 상당 범위에서 보장하는 당무관여의 권한을 거부했다. 이렇게 하여 그는 시종일관 당무독점을 기했다. 이는 엄연한 당헌 위반이다.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데 개인 간의 배신이 무엇이 중요하랴! 대통령이 잘못하면 당연히 그 시정을 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적 신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더라도 그는 훌륭한 공직자요 공인이다. 그러나 한동훈은 당원이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범인 당헌을 위반하였다. 그리고 정당의 조직이나 활동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우리 정당법의 취지에 어긋나게 시종일관 당무를 독점하였다. 이 엄연한 규범위반의 실체를 가리고, 대통령에 맞선 자신의 행위를 인간적 배신행위라고 모는 것은 억울하다는 취지로 말한다. 유치하고 비겁한 변명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축약해서 말하자면, 한동훈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진 과신이다. 인생을 좌절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하여 범죄자라고 매도하며 자신은 그런 범죄자를 처벌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선거초반을 잘 이끌어나갔다. 그러나 조국 대표가 등장하면서 선거판은 극적으로 요동쳤다. 조국은 “너그들 쫄았제.”, “고마 치아라 마.”와 같은 대중의 파토스를 직접 자극하는 언변을 구사하며 폭풍처럼 선거판을 몰아쳤다. 마이크 하나 사용할 수 없었어도 그가 만들어낸 간명하고 절실한 메시지는 대중의 가슴에 꽂혔다. 그리고 야당은 두 사람 외에도 김부겸, 이해찬이라는 상임공동위원장, 그리고 이탄희 의원, 임종석 전 실장 등이 분담하여 전국을 돌았다. 그러나 한동훈은 당내의 우려가 터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만이 전국 유세의 마이크를 독점했다. 그것은 그가 시종일관 고집한 당무독점의 또다른 발현이었다.
한동훈은 대중연설의 기본조차 잘 모른다. 그는 자신의 말을 대중의 머리에 가 닿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대중연설은 그런 것이 아니다. 대중의 가슴에 가 닿아야 한다. 그래서 그의 연설을 들으면 그때 당시에는 다 맞는 말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린다. 선거 전날 저녁 서울 마포갑 같은 장소에서 나는 그와 함께 지원연설을 했다. 두 연설을 한 번 비교해 보라. 내가 한 말이 바로 이해될 것이다.
그의 연설이 논리성에 치중하는 점 외에도 말을 똑똑 끊는 듯한 스타카토 화법, 빈약한 어휘구사력 같은 것도 큰 문제다.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에서 조국과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어른과 아이만큼 차이가 난다. 그는 이를 알아차렸어야 한다. 그래서 당내의 다른 가용자원을 동원한다든지 하여 마이크의 다양성을 확보했어야 한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신이야말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서 선거판을 누볐다.
이제 변명은 그만하자. 자신의 잘못에 맞는 책임을 지도록 하자. 그것이 국민의힘을 살리는 길이고, 보수를 살리는 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