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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4.15 02:49
<홍준표와 한동훈>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맞붙었다. 심하게 맞붙었다. 급기야는 한동훈의 복심인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홍준표를 개에 비유했다. 너무 심하다. 김경율은 총명한 사람이나 행동에 금도를 그을 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당의 원로를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홍 시장은 일본말로 ‘탕끼(短氣)’의 소유자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낸다. 때로는 상대방을 무안하게 해도 개의치 않는다. 사무라이의 전통을 숭상하는 일본에서는 의외로 정치인들 중에서 이런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숭문(崇文)이라고 해도 좋고 문약(文弱)이라고 해도 좋은 사회 기풍이 이어져온 한국에서는 좀 예외적인 존재다. 그런데 홍 시장은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정치인 중 정치풍향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 당연히 순발력이 발군으로 뛰어나다.
그러면 과연 홍 시장의 한 전 위원장을 상대로 한 비난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한 전 위원장이 ‘대권놀이’를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의 유세과정에서 뱉은 말의 편린들을 모아보면 이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한편 그는 지역적으로 존재하던 방대한 친 윤석열 지지세력을 급속히 친한 세력으로 바꾸었다. 친윤친한의 세력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반윤친한세력으로 바꾸었다. 이로 미루어,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의 권력승계가 아니라, 강한 색채로 새로운 권력의 창조를 꾀하며 대선을 준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이번 총선을 망쳤다고 홍 시장은 말한다. 아마 나는 이것이 총선참패의 진실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본다. 자꾸 윤 대통령의 책임을 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의 일부를 구성하기는 해도, 과거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25% 수준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과반의석을 달성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은 당내에 자신의 경쟁자가 나타날 것을 두려워하며 이를 심하게 견제하였고, 시종일관 원톱으로 선거를 치렀다.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선택이었던가는 민주당의 경우를 비교하면 역시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난다. 참으로 얼빠진,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 짓이었다.
홍 시장이 평소 하던 대로 내뱉은 거친 수사를 제한다면, 그의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난은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이번 당권경쟁에는 나오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것이 책임을 지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본다.
그런데 나는 이런 싸움을 보며, 그리고 김경율 혹은 보수진영에 속한다고 하는 이준석 당선인의 언행을 보며, 한국의 보수정치인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정치는 사람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그 본령이므로, 사람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인문학이나 사람이 모여 만든 사회의 작동원리를 밝혀주는 사회과학의 지식들이 훌륭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과연 보수정치인들 중 한 달에 책 한 권이라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국민에게 희망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기껏 거친 말투로 일상의 나른함을 더하는 현상은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