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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3.18 10:24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6. 길림행吉林行
한 이십 년 전 중국은 느리게 느리게 그야말로 만만디였다.
하얼빈에서 길림 가는 기차는 시간을 거슬러가듯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웬만한 역은 다 정차를 하니 시간이 바쁠 것도 없는 나 같은 관광객에게는 구경하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표정도 다 살피고, 서는 역마다 역의 이름과 주변 풍광을 완상하는 완벽한 구경꾼이 되었다.
두어 시간 달려서 어느 작은 역에 기차가 멈췄다. 역이 작아서인지 내리고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선로 옆에 마중 나온 사람들 사이에 한 아주머니가 옥수수를 들고서 다가왔다. 손을 쫙 펴며 5위안이라고 했다. 10위안짜리를 내밀었다. 그녀가 잔돈을 찾고 있을 때 기차가 조금씩 움직였다. 한 손에 옥수수를 한 손에 잔돈을 찾으며 기차를 따라왔다. 기차가 점점 빨라졌다. 그녀는 일단 옥수수를 내게 건너고 잔걸음질하며 잔돈을 찾았다. 잔돈은 잘 보이지 않고 기차는 더 빨라졌다. 그녀는 기차속도를 따라 마침내 뜀박질로 다급해졌다. 나도 십 위안짜리를 내밀며 그녀보다 더 용을 썼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아, 아, 안타까워했다. 나는 여차하면 옥수수를 던져 줄 속셈이었다. 결국엔 그녀가 가까스로 잔돈을 내밀었고 십 위안짜리와 교환할 수 있었다. 휴-하며 풀썩 바닥에 주저앉는 그녀 모습이 멀어졌다.
그녀는 평생 그런 뜀박질이 처음이었는지 모른다. 우리 돈으로 500원 쯤 하는 그 놈의 5위안이 무엇이라고 그녀를 그렇게 뛰게 했을까. 그 순간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진작 십 위안을 그냥 건너 줬으면, 거스름돈 대신에 웃음으로 손을 흔들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이 되었을까.
<박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