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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4.03.18 10:17
<금주의 순우리말>122-알로까다
/최상윤
1.갈충머리(가)없다* : 진득하지 아니하고 촐랑거리다.
2.갈치잠 :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끼어 자는 잠. ▷개잠, 나비잠, 도적잠, 돌꼇잠, 등걸잠, 말뚝잠, 벼룩잠, 시위잠, 새우잠, 칼잠, 토끼잠, 앉은잠.
3.날림치 : 날림으로 만든 물건.
4.답치기 : 여럿이 함부로 덤벼드는 것. 또는 생각없이 덮어놓고 하는 짓.
5.만장창 : 지붕의 만장에 낸 창문. ‘만장+창(窓)’의 짜임새. 같-지붕창.
6.반부새 : 말이 조금 거칠게 닫는 일.
7.산머리 : 산의 꼭대기 부분. 비-산꼭대기.
8.알로까다 : ‘몹시 약다’는 뜻을 얕잡아 일컫는 말.
9.잔재비 : 자질구레하고 공교로운 일을 잘 처리하는 손재주. 또는, 잔손이 많이 드는 일.
10.청기와장수* : ‘어떤 비법을 혼자만 알고 남에게는 알려 주지 않는 사람’의 비유.
+뻘때추니 : 제멋대로 짤짤거리며 쏘다니는 여자. 같-벌떼춘.
◇ <둔석>의 교대 모임 이우회(二友會)의 별칭은 62 학번의 2(Two)와 2반의 2(Two)를 따 와 티앤티(T and T)였다. 우연의 일치지만 티엔티처럼 언제 폭발할 줄 모르는 개성이 하나 같이 강한 친구들이었다.
지천명(知天命) 때만 해도 <티앤티> 모임엔 30 명 안팎으로 모여 즐거운 하루 밤을 지새우며 우정을 나누고 헤어졌다. 그러다가 갑년(甲年)에 접어들자 정년퇴임과 동시에 지병을 얻거나 심지어 타계한 친구마저 있어 20 명 내외로 모였다. 그리고 불유구(不踰矩)에 들어서자 10여 명으로 회원 수가 줄어들었다. 이때부터 콘도나 펜션을 잡아 점심을 제외한 저녁식시나 조식은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다. 지리산 계곡에서 한여름 흘린 땀을 시원히 씻어내면 저녁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사 초임 시절, 시골 자취생활에서 터득한 국과 찌개를 맛있게 끓여내는 ‘청기와장수’가 있는가 하면, 주어진 재료로 ‘날림치’이지만 얼렁뚱땅 반찬을 맛있게 만들어 내는 솜씨 있는 친구도 있었다. 한편 식후 커피를 잘 끓여내거나 돼지고기를 잡내 없이 삶아내는 ‘잔재비’ 있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재주가 없는 친구는 석식 후나 아침식후에 설거지 팀에 편성되거나 청소 및 이불 정돈 조에 편성되어 자기 역할을 다하는 모습에서 협동과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곳에도 편성되지 못한 친구는 ‘알로까는’ 사람으로 대우 받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 식후 한켠엔 바둑판도 벌어지지만 중심은 <고 ․ 스톱>판이었다. 시작 전 규약을 정한다. <광박 있고, 피박 있고, ....... 속이기 있고, 단 폭력만 없다.>
기껏 100원짜리지만 한창 놀이에 빠져 분위기가 무거워지면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한 친구가 ‘갈충머리없는’ 척 패를 속인다. 그러면 일제히 그에게 ‘답치기’를 하면서 주먹으로 어렁댄다. 그러면 당사자는 짐짓 <아니, 폭력만 없다 해 놓고> 하면서 웃으며 항변한다. 그러면 모두들 함께 폭소를 자아내면서 분위기가 일시에 전환되기도 했다.
드디어 취침시간이 되면 ‘갈치잠’과 코골이 소리를 견디지 못한 친구는 2층 다락방으로 특별 배치된다. 다락방은 조용한 데다 ‘만장창’이 있어 ‘산머리’에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는 진풍경도 덤이었다.
아침 산속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오솔길을 걷고 돌아온 벗들을 위해 <둔석>은 홀로 남아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다행히 일본 교환교수 때 배워 온 우동을 끓여내는 비법으로, 전날 밤 음주로 덥덥한 속내를 씻어내는 시원한 <둔석표 우동>을 제공한다. 밀가루 음식을 싫어한다는 친구도 맛있다고 한 그릇 거뜬히 비워낸다.
산수년(傘壽年)에 접어들자 회원 수가 열 명도 채 되지 않자 드디어 <티앤티>는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말았다.
슬프도다.
<둔석>도 이제 아름다운 추억을 보듬고 명계(冥界)로 떠날 준비를 해야 하나......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